올해 한국프로야구는 김도영(21·KIA)으로 시작해 김도영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데뷔 3년차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맛보며 KBO리그를 정복한 김도영이 이제는 2024 프리미어12을 통해 세계 무대 정복에 나선다.
한국은 13일 열리는 대만전을 시작으로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일정을 시작한다. WBSC 야구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프리미어12는 올해가 3번째를 맞고 있다. 한국은 일본·대만·쿠바·도미니카공화국·호주 등과 함께 B조에 포함됐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우승, 201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한 한국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팀이다. 그 중에서도 김도영을 향한 관심은 예사롭지가 않다.
김도영은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일찌감치 한국의 핵심 선수로 꼽혔다. MLB닷컴은 프리미어12 개막을 앞두고 ‘프리미어12에서 주목해야 할 8명의 선수’를 언급하며 그 중 한 명으로 김도영을 꼽았다. MLB닷컴은 “김도영은 엄청난 2024년을 보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팀 우승에 힘을 보탰다”며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갖춘 김도영은 한국을 상대하는 모든 투수들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타자다”라고 설명했다. WBSC도 홈페이지를 통해 김도영을 ‘경이적인 3루수’로 설명하며 그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김도영은 이번 시즌 타율 0.347 38홈런·40도루, 109타점, 143득점, 장타율 0.647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리며 KIA의 통합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최연소 30홈런-30도루 등 KBO리그의 무수한 역사를 새롭게 썼다. 아직 발표가 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최우수선수(MVP)를 예약했다.
김도영은 벌써부터 한국을 상대할 팀들의 ‘견제 대상 1호’가 됐다. 특히 한국과 첫 경기를 갖는 대만은 연일 김도영을 주목하고 있다. 대만 ‘야후스포츠’는 “김도영은 장타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출루한 뒤에는 베이스러닝을 공격적으로 해 도루 성공률이 9할에 달한다. 또 이번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3루타를 쳤다. 그야말로 수비를 힘들게 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대만 ‘나우뉴스’ 역시 “과거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이승엽과 이대호, 김동주 같은 타자들은 영웅 같은 스윙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런 유형의 타자는 없어졌고, 김도영 같은 다른 유형의 젊은 타자들이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김도영에게 또 다른 기회다. 김도영은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이어 두 번째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APBC 당시 김도영은 타율 0.200(15타수3안타)로 부진했고, 일본과 결승전에서는 손가락까지 다쳐 4개월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이번 대회는 APBC의 안 좋았던 기억들을 다 지워버릴 수 있는 찬스다.
한국은 B조에서 대만,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 쿠바 같은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만나야 하는 것은 물론, ‘숙적’ 일본도 상대해야 한다. 프리미어12는 각조 1~2위 팀들에게만 4강 슈퍼라운드로 가는 티켓이 주어진다. 한국이 4강에 가기 위해서는 최소 4승1패는 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도영이 올 시즌 내내 정규리그에서 보였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한국을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 최소 10년은 한국 야구의 타선을 이끌어갈 수 있을 새 ‘영웅’의 화려한 등장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