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결국 종신 베어스는 없었다. “계속 두산에 있을 테니 걱정 말라”던 16년 두산맨은 왜 수원행을 택했을까.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8일 “내야수 허경민(34)과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 베어스의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 5일 공시한 2025년 FA(자유계약선수) 승인 선수 20명에 이름을 올렸다. 2024시즌 종료 후 두산과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을 포기하고 데뷔 후 두 번째 FA 권리를 행사,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허경민은 지난 2020년 12월 10일 원소속팀 두산과 생애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조건은 4+3년으로,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25억 원, 연봉 40억 원 등 총액 65억 원을 받고, 4년 뒤 두산 구단 최초로 3년 20억 원의 선수옵션 조항을 넣었다.
허경민은 FA 계약 후 4년 동안 502경기 타율 2할8푼6리(1746타수 499안타) 27홈런 228타점 29도루 233득점 OPS .743를 남겼다. 계약 첫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향하는 미러클 여정에 큰 힘을 보탰고, 2023시즌 주장을 맡아 지도자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과 함께 팀의 2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이끌었다.
허경민은 2024시즌 4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아 115경기 타율 3할9리 129안타 7홈런 61타점 5도루 69득점 OPS .811을 기록했다. 우측 어깨 극상근 미세 손상, 새끼손가락 아탈구 등 각종 부상 악재 속에서도 공격에서 477타석, 수비에서 883이닝을 소화, FA 계약 4년 가운데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 허경민. 관건은 선수옵션 행사 여부였다. 허경민은 4년 계약이 끝난 뒤 구단이 아닌 선수가 재계약 주도권을 갖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허경민이 두산 잔류를 원할 경우 3년 20억 원을 추가로 받고, 더 높은 금액을 원한다면 FA을 선언하고 다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계약 조건이었다.
3년 20억 원을 포기한 허경민은 지난 7일 원소속팀 두산과 만남을 가졌다. 두 번째 FA 계약을 통한 종신 베어스맨의 길을 모색한 그였다.
허경민은 이 자리에서 3+1년 3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제안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은퇴식, 지도자연수 등 매력적인 옵션이 더해졌으나 허경민의 선택은 순수 계약기간 4년을 보장한 KT였다.
허경민의 KT행은 두산 팬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16년 베어스맨’ 허경민은 그 누구보다 두산을 향한 애정 및 충성심이 높은 선수였다. 첫 FA 계약 당시 “금액보다 7년이라는 기간에 너무 감사했다. 내 잔류를 원했던 두산 팬들의 마음을 7년 동안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여름 홈구장 단상 인터뷰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두산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말하며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허경민은 대신 KT와 계약 후 잠실구장을 찾아 김태룡 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의리를 지켰다. 두산 관계자는 OSEN에 “허경민이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구단 프런트와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끝인사를 했다. 구단은 허경민의 15년이 넘는 헌신에 감사를 표하며, KT에서의 건승을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허경민은 KT행을 확정한 뒤 “내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KBO리그 강팀으로 자리 잡은 KT에서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10년 이상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건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두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프로 선수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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