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6시 30분. 대만으로 떠나기 위해 프리미어12 대표팀 선수들이 인천공항 출국장에 들어섰다. 이른 아침이라 선수들 얼굴에 피곤함이 묻어 있었고, 결전을 앞둔 긴장감도 엿보였다. 그러나 한 사람, 대표팀 주장 송성문(28)의 얼굴은 유독 환했다. 밝은 표정으로 공항에 들어섰고, 이른 시각부터 배웅 나온 팬들을 보며 내내 웃음을 지었다. 대표팀 주장으로 책임감도 강하지만, 성인 첫 국가대표팀 발탁의 설렘이 더 커 보였다.
송성문은 이날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가대표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10개 구단에서 모인 선수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목표가 확실히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은 원태인, 구자욱 등의 부상으로 최강의 전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송성문은 “저 역시 그렇지만 어린 멤버들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저희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증명하면 되는 것 같다”며 “약한 멤버라는 평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연습이나 시합 때도 더 집중력 있게 임했다”고 말했다.
유독 표정이 좋아 보였다는 말에 송성문이 또다시 웃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당황했다”며 “이렇게 이른 시각까지 저희를 봐주시고 응원하러 나오신 만큼, 팬분들을 위해서 더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했다”고 말했다. 첫 성인 대표팀 발탁 소감을 묻는 말에는 “처음 국가대표 됐을 때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훈련도 하고 시합도 하고 막상 출국날도 되니까 즐거움보다 뭔가 성과를 거두러 간다는 그런 비장함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장함보다 설렘이 더 크게 느껴졌다’는 말에 송성문은 “설레는 건 맞지만 상대들도 워낙 다 좋은 팀이고, 힘든 여정이 예정돼 있다. 그래서 선수들도 더 굳은 마음으로 공항까지 왔다”고 답했다.
‘미완의 대기’라던 송성문은 이번 시즌 그야말로 대폭발했다. 타율 0.340으로 전체 5위를 기록했고, 19홈런을 때렸다. 40-40을 기록한 KIA 김도영이 아니라면 MVP 후보로도 전혀 손색없는 성적을 거뒀다. 주변에선 ‘결혼을 정말 잘한 것 같다’는 말이 이어졌다. 송성문은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송성문은 “어제 운동도 좀 일찍 끝났고, 짐도 좀 더 챙겨올 게 있어서 잠깐 집에 들렀다. 아내가 케이크를 준비해 놨더라”며 “너무 고마웠다. 출국 전에 가족한테 또 많은 힘, 좋은 기운을 받았다”고 말했다.
송성문은 대표팀 첫 발탁부터 주장을 받았다. 실력은 물론이고 활기찬 성격까지 주장에 딱 맞는다는 평가다. 송성문은 “어린 친구들하고 한번 즐겁게 야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장으로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그는 “모두가 알고 계시듯 (김)도영이다. (윤)동희도 정말 잘한다. 사실 모든 선수가 다 잘하더라. 우리 팀이 ‘우물 안 개구리’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팀으로 볼 때도 느꼈지만, 같이 연습하면서 좋은 걸 가진 어린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표팀이 약하다는 말을 크게 못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성문의 목표도 일단은 슈퍼라운드 진출이다. B조 6개 팀 중 상위 2개 팀만 슈퍼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갈 수 있다. 송성문은 “무조건 도쿄돔까지 가겠다. 본선에 간다면 더 큰 목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