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분 지연 개시에 사상 초유의 PS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까지…심술궂은 가을비는 누구 편일까 [MK KS1]

입력
2024.10.22 07:40
66분 지연 개시에 사상 첫 포스트시즌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까지. 그야말로 가을비가 한국시리즈 1차전을 망쳤다. 과연 하늘은 누구의 편일까.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와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는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KIA는 정규리그에서 87승 2무 55패를 기록, 1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은 2위(78승 2무 64패)를 마크한 뒤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3위 LG 트윈스(76승 2무 66패)를 3승 1패로 제치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21일 진행되던 한국시리즈 1차전은 서스펜디드 선언됐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한국시리즈 1차전이 서스펜디드 선언된 뒤 삼성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시작되기도 전부터 하늘이 심술을 부렸다. 꾸준히 내린 비로 인해 구장 관계자들이 대형 방수포를 덮었다 걷었다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이후 경기는 정상 개시 시간인 오후 6시 30분에서 66분 지연된 오후 7시 36분에 시작됐다.

그렇게 막을 올린 한국시리즈 1차전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양 팀의 선발투수로 나선 제임스 네일(KIA)과 원태인(삼성)은 나란히 5회까지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0의 행진을 스코어보드에 작성했다.

침묵을 먼저 깨뜨린 쪽은 삼성이었다. 6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이 네일의 5구 133km 스위퍼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0m의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김헌곤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기세가 오른 삼성은 KIA를 더욱 압박했다. 르윈 디아즈가 볼넷을 얻어내며 네일을 강판시켰고, 후속타자 강민호 역시 KIA 우완 불펜 장현식으로부터 볼넷을 골라 나갔다.

그렇게 이어진 무사 1, 2루. 그러나 야속한 하늘이 또다시 심술을 부렸다. 끊임없이 내리던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고, 결국 심판진은 오후 9시 24분 우천 중단을 선언했다. 구장 관계자들은 다시 방수포를 깔고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우천 중단을 거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한국시리즈는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앞서 정규시즌에서는 총 11번의 사례가 있었다.

해당 경기는 22일 2차전이 열리기 전인 오후 4시 6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진행된다. 만약 1차전이 오후 5시 30분 이전에 종료될 경우, 2차전은 그대로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오후 5시 30분을 넘긴다면 2차전은 1차전 종료 후 1시간 후에 막을 올린다.

과연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경기는 누구에게 유리할까. 일단 상황 자체만 보면 삼성이 유리해 보인다. 삼성이 1-0으로 앞섰고, 무사 1, 2루 찬스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된 까닭이다. 하지만 더 깊이 보면 오히려 삼성이 손해를 본 입장이 된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호투하던 원태인.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일단 단 66개의 공만 뿌리며 5이닝을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하던 선발투수 원태인이 ‘강제 강판’되게 됐다. 22일 재개되는 경기에서 원태인이 다시 공을 던지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불펜진으로 KIA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데, 올해 삼성 불펜진은 KIA를 상대로 평균자책점이 7.07에 달할 정도로 고전했다. 서스펜디드 선언 후 이범호 감독이 “(삼성) 불펜진 상대로는 자신있다. 우리 타자들이 잘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다. 여기에 무사 1, 2루로 한창 상승세를 타던 공격 흐름도 한풀 꺾이게 됐다.

21일 경기가 일시중단된 뒤 만난 박진만 감독은 “시즌 중에도 안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해서 많이 당황스럽다. 시즌 중에도 한 번 이런 경우가 있었다. 요즘에는 훨씬 시설, 정보력이 갖춰져 있는데 시작할 때부터 그런 부분이 걱정되긴 했다. 선발투수를 쓰고 끊기는 것이 더욱 걱정이 됐다. 원태인이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고 투구 수도 적었다. 그래서 조금 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을 이끄는 박진만 감독.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그러면서 박 감독은 “(김헌곤의) 홈런으로 인해 우리 쪽으로 흐름을 갖고 오는 상황이었다. 원태인도 그렇고 공격을 우리 쪽으로 흐름을 갖고 오는 상황이어서 더 아쉬웠던 것 같다”며 “(서스펜디드는 사실상) 더블헤더다. 1경기 하고, 쉬고가 아니라 선수들은 경기장에 나오는 것 자체로 1경기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때와 차이가 많이 난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데, 더블헤더에 가까운 경기를 또 해야 하니 선수단한테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박진만 감독은 “경기를 안 하는게 좋다 생각했다. 이미 예보가 있었고, 비가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고 작심발언을 날렸다.

이에 비해 KIA는 무사 1, 2루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지 하루 밤의 시간을 벌었다. 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호투하던 원태인을 22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

이범호 감독은 “내일(22일) 하게 되면 경기 감각도 생겼을 것이다. 2차전을 하는 편안한 기분으로 경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자랐던 부분은 준비를 잘해 내일 경기 한다면 좋은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중간에 하면서 끊긴 것이 우리 선수들에게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삼성) 불펜진 상대로는 자신있다. 우리 타자들이 잘할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또 하나의 큰 문제는 22일에도 광주 지역에 비가 예보돼 있다는 점이다. 비가 내려 경기를 진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서스펜디드 경기 및 2차전은 23일로 미뤄지고 전체적인 한국시리즈 일정도 모두 미뤄지게 된다.

 과연 광주에 내리고 있는 가을비는 누구의 편일까.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광주=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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