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던지라고 하면 던질 수 있었다. 힘이 남아 있었다."
8일 3차전 5⅓이닝 64구, 11일 5차전 2이닝 29구. LG 왼손투수 손주영의 첫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변칙 기용의 연속이었다. 선발 뒤에서 선발투수만큼 많은 공을 던졌는데, 불과 이틀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전력으로 투구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책임진 7⅓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공에는 자신이 봐도 인정할 만큼 힘이 있었다.
손주영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7회 무사 1, 2루 위기를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6회부터 등판 시기를 조율하다 7회 선발 임찬규가 주자 2명을 내보내자 손주영의 차례가 돌아왔다. 손주영은 첫 타자 황재균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 몰렸지만 승계 주자 1명만 들여보내며 수비를 마쳤다. 8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LG는 임찬규(6이닝 1실점)와 손주영(2이닝),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1이닝)까지 투수 3명만으로 kt와 명승부를 4-1 승리로 마무리했다. 손주영은 데일리 MVP에 선정됐고, 또 시리즈 MVP 투표에서도 2승을 올린 임찬규(34표)와 '개근 투수' 에르난데스(19표)에 이어 신민재와 같은 7표를 받았다.
경기 후 만난 손주영은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순간을 돌아보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머리가 앞으로 쏠리면서 공이 빠졌다. 그래서 (밸런스를)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황재균 상대)마지막 공이 조금 높게 들어갔다. 그래서 낮게 던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얘기했다.
여기서 빠르게 밸런스를 찾은 덕분에 다음 타자부터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손주영은 "항상 마운드에서 생각을 하고 던지는 편이라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차례 구원 등판으로 불펜투수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더욱 커졌다. 손주영은 "불펜투수들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1회부터 계속 땀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얘기헀다.
손주영은 플레이오프부터 선발투수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제 드디어 선발 등판할 수 있겠다'는 말에는 "맞다"며 웃었다. '확실한가'라고 되묻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손주영은 "불펜 가라면 가겠다"면서도 선발 등판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면서 "언제 나간다는 것까지는 정확하게 듣지 못했다. (김광삼)코치님이 선발로 들어가니까 푹 쉬라고 말씀하셨다"며 "내 생각에는 3차전에 들어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손주영과 디트릭 엔스 가운데 한 명을 2차전에 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첫 가을 야구인데도 구원 등판과 짧은 휴식이라는 낯선 환경을 극복하며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손주영은 "일단 기세가 너무 좋은 것 같다. 내가 던지는 거지만 공의 힘이 좋은 것 같다"며 "이틀 쉬어서 걱정을 했었다. 팔도 많이 뭉쳐 있었는데 그래도 우리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이 도와주고, 또 다니던 한의원 원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은 완전 쌩쌩하다"고 웃는 얼굴로 얘기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8일 3차전에서 손주영의 패스트볼 회전 수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교체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틀 쉬고 2이닝을 던진 11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회전 수가 떨어지는 추세에 있었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7회 최고 2599회, 평균 2535.7회를 기록했던 손주영의 패스트볼 분당 회전 수는 8회 최고 2558.4, 평균 2496.9로 떨어졌다고 한다. 떨어진 수치가 2500에 가까웠다. 손주영이 느끼기에도 힘이 있어 보인 이유가 있었다.
한편 손주영은 11일 KBO가 발표한 2024 프리미어12 35인 소집 명단에 포함돼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얻었다. 손주영은 "최종(28인) 엔트리가 바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훈련을 하고 7명을 뺀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하면서 몸 관리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몸만 괜찮다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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