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김범수(29·한화)의 2024시즌 마지막 경기는 8월9일 대전 키움전이다. 당시 김범수는 4-3으로 앞선 6회초 1사 2루에 구원 등판했지만, 첫 타자 임병욱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이주형에게 볼넷까지 내준 김범수는 설상가상 어깨 통증을 느껴 13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병원 검진에서 좌측 광배근 및 삼두근 손상 진단을 받았다. 복귀까진 최소 4주가 예상됐다.
한화는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를 홈구장 대전에서 치렀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때 김범수를 콜업해 팬들에게 인사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수가 실전 투구에 부담을 느꼈고, 김 감독도 무리하면서까지 김범수를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마무리 훈련 때부터 잘 만들어서 내년에 더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2024시즌 막판 5강 탈락을 확정한 김 감독은 불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 타선과 싸울 줄 아는 투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올겨울 한화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올시즌 한화 구원 투수 평균자책은 5.07로 중위권에 속한다. 마무리 주현상, 후반기 반등한 박상원, 신예 김서현 등 나름의 경쟁력 있는 승리조를 구축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다음 봄까지 한화는 불펜에서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투수들을 만드는 것이 숙제다. 김 감독은 “승리조는 어느 정도 만들어놨는데, 이외 선수들의 기량이 더 올라와야 한다”며 “선발에 구멍이 나더라도 메울 수 있는 불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가을야구에 더 근접한 팀이 되려면, 내년엔 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된 불펜을 구축해야 한다. 왼손 불펜이 마땅치 않은 한화엔 김범수의 반등이 절실하다. 김범수는 올시즌 39경기(34이닝) 4홀드 평균자책 5.29의 성적을 거뒀다. 76경기(62.1이닝) 5승5패 1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 4.19를 기록했던 2023시즌과 비교하면 자기 역할을 절반도 하지 못했다.
‘전천후’ 이태양이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확실히 숨통이 트인다. 2022시즌 종료 후 SSG에서 한화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한 이태양은 지난 시즌 50경기 3승3패 2홀드 평균자책 3.23의 성적을 남겼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무려 100.1이닝을 던졌다. 선발이 일찍 강판당하거나,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을 때 이태양은 늘 1순위로 마운드에 올랐다. SSG 시절 포함 3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탓에 몸도 결국 버티지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이석증을 앓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태양은 개막 이후에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5월4일 광주 KIA전을 끝으로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두 달 뒤 오른쪽 팔꿈치 골극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태양은 10경기 2패 평균자책 11.57의 성적으로 시즌 아웃됐다. 재활 과정은 순조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 개막에 맞추진 못하더라도 5, 6월 정도면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지난달 29일 NC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3일 휴식 후 대전 구장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젊은 선수들은 교육리그 참가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불펜 등 올시즌 부족한 점을 확인한 한화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