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께 한 번씩 '그분'이 오신다"…오재일, 타이브레이커 '대타 타이밍'에 놀란 사연 [WC1]

입력
2024.10.02 18:47
​​KT 위즈 내야수 오재일이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잠실,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사령탑의 결단과 선수의 활약이 함께 빛났다. 덕분에 가을 무대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KT 위즈 내야수 오재일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5위 결정전을 돌아봤다. 본격적인 가을야구를 앞두고 각오도 다졌다.

KT는 지난 1일 SSG 랜더스와 KBO리그 사상 최초 5위 결정전을 치렀다. 두 팀이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고도 우위를 가리지 못했기 때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2년 3월 5위 결정전 도입을 발표했다. 두 팀이 정규시즌 5위로 동률을 이루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정규리그 4·5위 맞대결) 전날 단판으로 5위 결정전을 치르기로 했다.

올해 KT와 SSG는 정규시즌 각각 72승2무70패, 승률 0.507를 기록했다. 지난 1일 포스트시즌행 마지막 티켓을 놓고 일전을 펼쳤다. 경기 후반까지는 SSG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자 KT가 뒷심을 발휘했다. 중심에 오재일이 있었다.

1-3으로 뒤처진 8회말 선두타자 심우준이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김민혁 대신 대타 오재일 카드를 꺼냈다. SSG도 투수를 노경은에서 김광현으로 바꿨다. 선발투수 김광현이 불펜으로 등판한 것. 오재일은 볼카운트 1-0서 김광현의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터트렸다. 무사 1, 3루를 만들며 김광현을 압박했다.

결국 KT는 후속 멜 로하스 주니어의 역전 3점 홈런으로 4-3 점수를 뒤집었다. 그대로 결승타가 됐다. 오재일이 이 감독의 믿음에 부응해 기회를 연결한 것이 주효했다.

KT 위즈 내야수 오재일이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2일 잠실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만난 오재일은 "언제 나갈지 몰라 4회부터 계속 대타 준비는 하고 있었다. 출전하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니 일찍부터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그 타이밍일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재일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감독님께서 '지금 나가라'라고 하시길래 '저요?'라고 답했다. '어~너!'라고 하시더라"며 "살짝 당황했다. 감독님께서 '네가 김광현에게 상대 전적이 괜찮아 나가는 것이다. 그냥 편하게 치고 와라'라고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올해 오재일은 김광현과 맞붙어 4타수 1안타(2루타) 3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오재일은 "감독님께 한 번씩 '그분'이 오실 때가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때 딱 결정을 내리신다. 어제(1일)도 잘 들어맞은 것 같다"며 감탄했다.

이강철 감독은 2일 경기를 앞두고 티 배팅 중인 오재일에게 가 웃으며 한마디를 전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 오재일은 "'너 어제 못 쳤으면 나 큰일 날 뻔했다'고 하셨다"며 수줍게 웃었다.

KT는 2021년 리그 사상 최초로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을 치러 1-0으로 승리한 적 있다. 그런데 현재 KT 소속인 오재일, 우규민, 김상수는 2021년 당시 삼성 소속이었다. 첫 타이브레이커서 패배를 떠안은 것. KT 선수들은 1일 SSG전을 앞두고 우스갯소리로 "오늘 지면 오재일, 우규민, 김상수 때문이다"고 돌림노래를 불렀다.

오재일은 "다행이다. 졌으면 최초로 타이브레이커 2패를 기록할 뻔했다. '이제 우리는 엑스맨 아니다'고 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KT 위즈 내야수 오재일이 지난 1일 열린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친 뒤 박수 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T 선수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보다 5위 결정전이 더 떨렸다고 입을 모았다. 오재일은 "그렇다. 어제 지고 있었고, 분위기가 처질 수 있었는데 이겨서 좋았다. 오늘은 포스트시즌 같지 않고 그냥 평소 정규시즌 경기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역대 KBO리그 역사상 5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4위 두산은 이미 1승을 안고 있어 한 경기만 거머쥐어도 곧바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다. 반면 KT는 1~2차전서 모두 승리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오재일은 "우리는 최초의 타이브레이커 2경기를 모두 소화한 팀이다. 0%의 확률을 깨는 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5위가 이긴 적이 없다고 하는데, 'KT'니까 한번 해볼 만할 것 같다. 선수들이 마법을 부릴 것이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잠실, 김한준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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