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시즌 최다 득점 타이라는 또 다른 기록을 달성했지만 썩 즐거운 하루는 아니었다. ''MVP 후보'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또 다시 실책에 고개 숙였다.
김도영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김도영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KIA의 우승이 확정되면서 개인 기록 달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김도영은 40(홈런)-40(도루)에 홈런 3개, 도루 1개만 남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범호 KIA 감독도 김도영의 타순을 3번에서 1번으로 조정하며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했다. 홈런을 칠 기회를 많이 부여한다는 의미였다.
김도영은 경기 시작부터 화끈하게 출발했다. 강하게 때린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가 잠실구장의 가장 깊숙한 가운데 담장을 맞혔다. 비록 홈런은 아니었지만 김도영은 빠른 발을 활용해 단숨에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진 무사 2,3루에서 김선빈의 내야 땅볼이 나왔고 김도영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이 득점으로 시즌 135득점이 된 김도영은 10년 전인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현 KIA)이 세운 단일 시즌 최다 득점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당시 201안타를 몰아치며 세웠던 서건창과 타이를 이룬 첫 사례였다.
설사 김도영이 홈런을 치지 못하더라도, 시즌 최다 득점에 도달한 것만으로 만원 관중들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해 보였다. 남은 타석에선 최다 득점 신기록 달성 여부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수비에서 '변수'가 발생하고 말았다. 김도영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했지만 수비에선 아쉬움을 남긴 경기가 몇 있었는데, 이날 또 한 번 '수비 이슈'가 발생하고 말았다.
2-5로 역전당한 3회말이 시작이었다. 2사 1,3루 상황에서 두산 이유찬의 타구가 내야 평범한 뜬공이 됐는데, 내야수 누구도 이를 잡지 못했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스코어는 2-6이 됐다.
야수 간 소통이 안 되면서 빚어진 일이었는데, 마지막 순간 포구를 시도했던 이가 김도영이었기에 그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쉬운 타구를 놓친 것이기에 아쉬움도 남았다.
3-7이 된 6회말 또 한 번 실책이 나왔다. 무사 2루에서 허경민의 땅볼이 3루 쪽으로 향했는데, 김도영이 이를 잡지 못했다. 타구 속도가 빨랐지만 잡지 못할 타구는 아니었다. 또 하나의 실책이 기록됐고,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2번의 실책이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고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었다. 1회초 경기 시작 기세를 올렸던 김도영의 표정은 굳었고 이후 타석에서 더 이상 안타를 치지 못했다. 팀도 4-9로 패했다.
이날 2개의 실책을 추가한 김도영은 시즌 30실책을 채우게 됐다. 그는 올 시즌 최연소 30(홈런)-30(도루) 기록을 세웠는데, 30개의 실책이라는 썩 못마땅한 기록도 함께 하게 됐다. 리그에서 김도영보다 많은 실책을 범한 야수는 없으며, 2위 박승욱(롯데·21실책)과도 많은 차이가 난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은 KIA는 올 시즌 공수에 걸쳐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런 KIA의 유일한 흠이 있다면 바로 실책이다. KIA는 이날 경기 전까지 137경기에서 137실책을 기록했고, 이날 3실책을 추가해 138경기 140실책이 됐다. 경기 수보다 많은 팀 실책이다.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히는 김도영은, 아이러니하게도 KIA의 많은 실책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직 3년 차에 불과한 어린 선수의 '인간적인 면모'로 볼 수도 있지만, 통합 우승을 노리는 KIA의 입장에선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까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KIA가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