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중 시대, 팬들은 아직도 배고프다…정점 찍고 추락했던 KBO, 영광이 반짝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4.09.16 19:00
 만원 관중을 달성한 잠실구장 전경. KBO리그는 15일 개막 후 671경기 만에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곽혜미 기자 KIA 챔피언스필드는 15일 키움전에서 2만 500석이 매진됐다. 이날 패배에도 우승까지 매직넘버는 2가 남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O리그가 역대 최초 900만 관중을 가볍게 넘고 1000만 관중 시대를 넘였다. 올해 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2017년 840만 688명보다 무려 160만 명 이상 많은 숫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1000만 관중을 만든 야구 팬들은 아직도 불만이 많다.

KBO가 1982년 출범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이미 2017년을 넘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확정한 가운데, 정규시즌의 93.2%를 치른 671경기 만에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15일 전국 4개 구장에서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열렸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2만 500석)와 인천 SSG랜더스필드(2만 3000석)가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부산 사직구장에 2만 2758명이 입장하면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창원NC파크 관중이 1만 826명으로 집계되면서 15일까지 관중 수는 1002만 758명이 됐다.

KBO는 16일 오전 "(KBO리그가)스포츠를 넘어 문화 콘텐츠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1000만 관중 외에 누적 시청자 2억 5000만 명, 평일 관중 폭증, SNS 구독자 증가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1000만 관중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면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IA챔피언스필드 매진 1000만관중 ⓒ곽혜미 기자

1000만 관중 기록 뒤에는 '관중 혹사'가 있었다. 9월 중순인데도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나오는 2024년, KBO는 9월 이후 일요일과 공휴일 경기를 예년처럼 오후 2시에 편성했다. 그런데 1000만 관중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14일과 15일에는 관중석에서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우려한 사태였다. 올해는 역대 최초로 1군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되는 사태가 8월에만 네 번이나 벌어졌다. 마지막 폭염 취소가 8월 22일이었을 정도로 8월 말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졌는데 KBO는 9월 오후 2시 경기를 강행했다. 심지어 지상파 중계가 잡히면 오후 5시 경기도 오후 2시로 앞당겼다. 9월에는 날씨가 시원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한 기대는 현실과 너무 달랐다. 누군가에게는 처음일 수 있는 직관 경험이 행정편의주의 탓에 나쁜 기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는 올해도 반복됐다. 지난해 우승 팀 LG에서는 1군 코치가 '숙취 운전'으로 적발되더니, 퓨처스 팀에 있던 유망주 투수가 음주운전을 하고 후배는 동승하며 이를 방조하는 일이 벌어졌다. 롯데의 한 주축 투수는 개막을 앞두고 가족 사이의 문제가 불거진데다 경기 전날 밤 술자리에 있다가 실전에서 난타당하며 팬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팬들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야구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메이저리그 중계로 보는 눈이 높아진 팬들은 이제 KBO리그 현장의 '낡은 야구'를 비판하기도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여가생활이 되면서 선수들의 과격한 행동에 곱지 않은 시선이 돌아가는 일도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해묵은 불만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콘트리트 구조물에 플라스틱 의자만 올려놨던 예전과 달리 직관 환경은 분명 개선됐다. 야구장 먹거리가 그 자체로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뚜렷한 콘셉트 없이 찍어내듯 발매하는 굿즈 등은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화 매진 구단 한 시즌 역대 최다 관중 달성 ⓒ곽혜미 기자 창원NC파크 매진 전경 관중석 ⓒ곽혜미 기자

KBO는 이미 정점에서 추락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16년 833만 9577명에 이어 2017년 역대 최초로 840만 관중을 돌파했으나 떨어지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 1년 동안 6만 명이 늘어났는데 2018년에는 807만 3742명으로 약 33만 명, 전년 대비 3.9%가 빠졌다. 10개 구단 체제 첫 관중 수 감소 사례였다. 이어 2019년에는 관중이 728만 6008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 가까이(약 9.8%) 줄었다. 800만 관중에 실패한데다 2015년의 730만 명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700만, 800만 관중처럼 양적 성장만 강조하다 보니 관중 수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출구전략'을 보여주지 못한 면도 있다. 언론에서는 포스트시즌 경기의 관중석 점유율이 90%를 넘어도 매진에 실패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KBO는 이 과정에서 마땅한 대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급격한 하락세는 2020년 시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중 집계가 무의미해지면서 가려졌다. KBO리그 관중 기록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자 다시 회복세를 찾은 것이다. 올해 1000만 관중은 KBO에 역대 최초 기록이라는 선물이면서, 동시에 현상 유지 혹은 발전이라는 큰 숙제를 줬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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