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께서 선발 시켜주셨다, 덕분에…" 13년 만의 10승, 류현진이 떠올린 '무쇠팔' 최동원과의 추억 [MD부산]

입력
2024.09.14 07:26


한화 이글스 류현진./한화 이글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코치님이 선발을 시켜주셨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무려 13년 만에 시즌 10승(8패)의 고지를 밟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의 올 시즌 출발은 썩 매끄럽지 못했다. 들쭉날쭉 기복이 심한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투구 내용이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이다. 지난달 13일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1.53로 매우 좋았다. 그리고 이 흐름이 이날 경기까지 이어졌다.

류현진은 1회 윤동희-고승민-손호영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이닝을 시작했다. 그런데 2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빅터 레이예스에게 2루타를 맞더니, 후속타자 전준우에게는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으나, 유격수 이도윤의 실책으로 인해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다. 이후 나승엽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큰 위기에 몰렸던 류현진. 하지만 정훈을 병살타로 잡아낸 뒤 박승욱까지 1루수 땅볼로 묶으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매 이닝 위기는 있었지만 무실점의 투구는 이어졌다. 류현진은 3회 윤동희에게 안타, 고승민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 2루에 몰렸으나, 이번엔 손호영을 병살타로 요리하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4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승엽과 정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으나, 이어 나온 박승욱을 묶어내며 무실점으로 순항했다. 그리고 5회는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롯데 공격을 막아내며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중반까지 끌고갔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한화 이글스




이에 침묵하던 타선도 응답했다. 5회 요나단 페레자가 동점, 노시환이 역전타를 터뜨린 가운데 류현진은 6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레이예스를 우익수 직선타, 전준우를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고, 나승엽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흐름을 타기 시작한 한화는 7회초 공격에서만 무려 5점을 쓸어담으며 승기를 잡았고, 8회말 수비 실책 등으로 인해 3점차까지 추격을 당했으나, 9회초 공격에서 다시 달아나는데 성공한 결과 8-4로 승리하며 5연패에 탈출했다. 그리고 류현진이 그 선봉장에 섰고, 지난 2011년 이후 무려 13년 만에 KBO리그에서 10승의 고지를 밟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10승을 의식했느냐'는 물음에 "아니다.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일단 팀이 조금 좋지 않은 속에서 사직을 왔기에 그것만 생각했다. 내 10승이라던가 이런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연패를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아직 열몇 경기가 남아있다. 갑자기 10연승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처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 6일 마운드에 오른 이후 무려 일주일 만에 등판을 가졌다. 당초 순번보다 오랜 휴식을 취했던 것. 류현진은 "투수 코치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맞춰서 준비를 했다. 일부러 등판을 늦추거나 하진 않았다"며 "오늘 위기 상황이 됐을 때 첫 번째로는 강한 타구를 맞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제구에 신경을 더 썼다. 그러다 보니 좋은 타이밍이 병살도 나오고 삼진도 나왔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롯데 자이언츠 현역 시절의 최동원./롯데 자이언츠




최동원동상./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류현진./한화 이글스




공교롭게 한화가 사직에 방문한 시기 故 최동원의 13주기 추모행사가 14일 사직구장 광장의 최동원동상 앞에서 개최되면서, 류현진도 뜻깊은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류현진이 2006년 한화에 입단했을 때 최동원은 당시 1군 투수코치였다. 최동원 코치가 류현진의 가능성을 보고 김인식 전 감독에게 선발 기용을 요구한 것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일화다.

류현진은 "오랜만에 인사드리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뜻 깊을 것 같다. 내가 미국에 간 이후에 추모 행사가 생겼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가게 되는데 좋은 마음으로 다녀오겠다"며 최동원 코치와 일화를 하나 말해달라는 요청에 "(최동원) 코치님께서 처음에 나를 선발 시켜주신 것이다. 덕분에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남은 경기에서 어떻게든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는 입장. 평균자책점을 끌어내리는 것도 목표다. 그는 "내 10승보다는 팀이 계속 이겼으면 좋겠다"며 "복귀할 때부터 10승은 머리에 없었다. 항상 목표로 삼는 것은 평균자책점이다. 그 부분을 빼놓고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남은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을 더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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