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페라자가 진심으로 걱정해줬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대인배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엄밀히 말하면 피해자인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요나단 페라자(26, 한화 이글스)의 사과와 위로를 받아들였다. 김도영은 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수비 도중 페라자와 충돌했고, 목과 머리에 받은 충격 여파로 6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 못 나갔다.
그런 김도영은 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8회말에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결승 3루타를 폭발, 대망의 3-30-30-100-100을 달성했다. 2000년 박재홍, 2015년 에릭 테임즈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대기록.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각인했다.
경기 후 만난 김도영에게 페라자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도영은 “페라자가 그 당시 상황서도 계속 괜찮냐고 물어봐줬다. 진심으로 걱정해줬다. 확실히 고의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날에도 아침 일찍 메시지(DM)가 와 있어서 고마웠다”라고 했다.
실제 페라자는 연장 10회초에 삼진을 당하고 KIA 덕아웃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등 흥분했지만, 이와 별개로 다음 날 아침에 김도영에게 다시 한번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위로를 건넸다. 적어도 김도영과 페라자 사이엔 전혀 악감정이 없다.
단, 김도영에게 후유증은 남아있다. 김도영은 당시를 떠올리며 “교통사고 난 줄 알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짜 처음 느껴봤다. 그런 상황이 한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오늘도 2루에 주자가 있을 때 계속 조금씩 의식이 됐다. 똑같이 내가 할 일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의식은 됐다”라고 했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사실 7일 경기서 목과 어깨에 약간의 아픔을 참고 뛰었다. 그러나 김도영은 “이 정도 아픔은 모든 선수가 갖고 경기에 나간다. 하루 쉬는 동안 (경기에)나가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통증이 남아있더라도 나가서 뛰다 보면 풀리겠지 싶은 마음으로 뛰었다. 이젠 통증이 하나도 없다”라고 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 KIA가 치른 132경기 중 129경기에 나갔다. 전 경기 출전에 실패했지만, 리그에서 손꼽을 만한 경기 출석률을 자랑한다. 수비이닝도 1045이닝으로 리그 2위다. 이것도 7일 경기 결장만 하지 않았다면 1위다. 이런 김도영의 경기출전 열정을 페라자와의 충돌과 고통이 전부 가로막을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