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표는 400홈런' 마침내 해냈다...'푸른 피의 라팍 거포' 박병호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24.09.05 17:00
수정
2024.09.05 17:00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은퇴까지 결심했던 '국민 거포' 박병호(38·삼성 라이온즈)가 마침내 자신의 '마지막 목표'인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라팍 거포'의 야구는 계속된다.

박병호는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서 대포를 가동하며 400홈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박병호는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을 상대로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126km/h 포크볼을 받아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다. 시즌 20호 홈런이자 KBO리그 통산 400번째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공교롭게도 KBO리그 통산 400호 홈런을 가장 먼저 달성했던 두산 이승엽 감독 앞에서 4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 2015년 6월 4일 포항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신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이승엽, 최정(SSG 랜더스)에 이어 박병호는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400홈런 기록에 도달했다.

'400홈런'은 박병호가 평소 언급했던 마지막 목표였다. 그는 지난 6월 13일 한미 통산 400홈런 고지를 밟은 뒤 "야구 인생의 마지막 개인적인 기록은 400홈런이 되지 않을까(싶다)"라며 400홈런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4일) 박병호는 기록을 달성한 뒤 "야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목표가 400홈런이었는데 금방 달성돼서 너무나 기쁘다"라며 후련한 속내를 털어놨다.



결코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다. 박병호는 2005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재능을 꽃피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이후였다. LG에서 한 시즌 최다 홈런은 9개(2009년), 프로 7년 차까지 1군 통산 홈런이 25개뿐이었으나 이적 후 51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입단 후 8년 차에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박병호는 31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등극,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이름을 알렸다. 먼저 400홈런 고지를 밟은 이승엽과 최정이 데뷔 초 빠르게 주전 자리를 잡은 것과 비교하면 박병호는 출발이 한참 늦었다.



시작점은 한참 뒤였지만 홈런을 쌓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박병호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특히 넥센 시절 2014년(52개)과 2015년( 53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달성하는 괴력을 뽐냈다. 6시즌 연속(2012~2019년, 미국 진출 2016~2017년 제외) 기록을 포함해 총 7번이나 30홈런 이상 시즌을 만들었다. 홈런왕도 역대 최다인 6번이나 차지했으며,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4시즌(2012~2015) 연속 홈런 1위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하락세가 찾아왔다. 여전히 한 방은 살아있었지만 2020년(0.223)과 2021년(0.227) 2년 연속 타율이 2할 초반에 머무르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히어로즈 레전드로 남을 줄 알았던 박병호는 KT 위즈와 FA 계약을 맺고 새롭게 출발했다.



KT에서 첫 시즌은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타율도 0.275까지 끌어올렸고 35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FA 2년 차였던 지난해 아쉽게 10시즌 연속 20홈런 기록이 불발(18홈런)되는 등 장점이었던 홈런 생산 능력이 떨어졌다.

올 시즌은 더 가혹한 시련이 찾아왔다. 4월까지 29경기에서 1할대 타율(0.197)에 홈런은 단 1개에 그쳤다. 문상철과 주전 1루수 경쟁에서 밀려 점점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좁아지는 입지에 박병호는 은퇴까지 결심했다.



꺼져가던 국민 거포의 불꽃은 트레이드라는 전환점을 맞아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28일 오재일과 맞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고 '라팍 거포'가 된 박병호는 이적 전까지 KT서 44경기 타율 0.198(101타수 20안타) 3홈런 10타점 OPS 0.638로 얼어붙었던 방망이가 이적 후 62경기 타율 0.247(198타수 34안타) 17홈런 48타점 OPS 0.883으로 폭발했다.

특히 최근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고, 5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홈런뿐만 아니라 안타 행진도 9경기 연속 이어가고 있으며, 해당 기간 타율 0.316(38타수 12홈런) 7홈런 19타점 OPS 0.895로 예전의 위용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다.



박병호는 400홈런이 '마지막 목표'라고 했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기록에 대한 지향점일 뿐이다. 잠잠해던 거포 본능이 깨어나며 부활에 성공한 박병호는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히어로즈(넥센, 키움)와 KT 시절 준우승만 경험했던 그는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꾼다. 푸른 피를 수혈한 '라팍 거포'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사진=뉴스1, OSEN, 삼성 라이온즈 제공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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