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님 울렁증' 사라지고...1주년 앞둔 김태형-선수단, 롯데가 변하고 있다 [IS 포커스]

입력
2024.09.02 19:50


감독과 선수들 사이 '내적 친밀감'이 쌓였다. 롯데 자이언츠 얘기다. 롯데는 지난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연장 12회 승부 끝에 4-3으로 승리, 4연승을 거두며 리그 5위 KT 위즈를 2.5경기 차로 추격했다. 7월 주춤했던 롯데는 8월 팀 승률 2위에 오르며 반등했고, 9월 첫 경기도 신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잔여 경기(23)가 가장 많이 남은 만큼 자력 5강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8월 반등 원동력은 강해진 허릿심이다. 롯데는 이 기간 팀 불펜진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2위에 올랐다. 전반기 내내 흔들렸던 불펜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승률 관리를 잘 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셋업맨 구승민이 제 모습을 찾은 게 큰 힘이 됐다. 전반기 30경기에서 3승·2패·4홀드·평균자책점 6.67로 부진하며 2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그는 8월 등판한 12경기에선 12와 3분의 1이닝을 막아내며 딱 1자책점만 기록했다. 8회를 다시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김태형 감독은 최근 구승민의 반등에 대해 "처음에는 부담감이 있었지"라고 했다.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굳이 해석하면 감독이 바뀌며 달라진 기운을 비로소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얘기. 

김태형 감독은 두산 베어스를 7시즌(2015~2021) 연속 한국시리즈(KS)로 이끈 명장이다. 지난달 31일 두산전 승리로 통산 700승을 거두기도 했다. 강단진 성향이 두드러지고, 야구관도 확실하다. 전형적인 '큰형님' 유형 리더다 보니, 선수 입장에선 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지도자다.시대에 따라 이상적인 리더상은 바뀐다. 수 년 전부터 '소통형' 지도자가 각광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내는 게 꼭 친밀감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중간선에서 선수의 심리를 활용할 줄 아는 게 핵심이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 면에서 감독 연차에 비해서도 노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김태형 감독과 롯데 선수들도 어느덧 1년 가까이 호흡했다. 사령탑이 추구하는 야구, 그라운드 안팎에서 갖추길 바라는 의식에 대해 선수들이 파악하기 시작했다. 전임 래리 서튼 감독 체제에서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을 헤아려야 하다 보니, 심리적 장벽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런 게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어느덧 '김태형표' 야구가 녹아들었다. 이를테면 빗맞은 타구를 친 뒤에도 전력 질주하고, 지고 있을 때는 팀을 위하면서도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것. 불펜 투수는 '무조건'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공격으로 타자와 붙는 것 등이다. 

김태형 감독 "내가 딱 (선수단 관리를) 들어가는 감독이다 보니 처음에는 고참들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너무 잘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김 감독이 이 얘기를 과거처럼 하는 것을 볼 때, 지금은 이전보다 관계의 성격이 말랑해진 것 같다. 실제로 김태형 감독도 선수들이 처음보다는 자신에 대한 '울렁증'이 줄어든 걸 느끼고 있다. 

물론 팀 내 기강도 적당한 수준으로 세워지고 있다. 여전히 개성 강한 선수가 있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분명한 건 시즌 초반과 달리 체계가 잡혔다는 것이다. 전력뿐 아니라 팀 문화 정착도 그렇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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