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데, 멘탈까지 무너지면 힘들어"…역시 베테랑 조련사, 김태형 감독이 던진 한마디의 '효과' [MD인천]

입력
2024.07.11 18:05


2024년 7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멘탈이 무너지면 더 힘들어진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6-1로 승리, 후반기 첫 승과 함께 3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투·타의 조화가 완벽했던 경기였다. 경기 초반의 흐름을 먼저 무너뜨린 것은 롯데. 롯데는 2회초 SSG의 실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2사 2루에서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던 정훈이 SSG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에 적시타를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흐름을 탄 롯데는 4회 빅터 레이예스를 시작으로 고승민-나승엽-정훈이 연속 안타를 폭발시키며 두 점을 보탰고, 이어지는 만루 찬스에서 윤동희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4-0까지 달아났다.

마운드도 탄탄했다. 내전근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했던 '좌승사자' 찰리 반즈가 투구수 80구가 제한된 상황에서 단 59구 만에 SSG 타선을 5회까지 무실점으로 묶어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5회까지 반즈가 만들어낸 삼자범퇴 이닝을 총 세 차례. 그리고 6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반즈는 스코어링포지션에 주자를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KKK'로 이닝을 매듭짓는 등 6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을 기록,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롯데가 승기를 잡은 것은 7회였다. 선두타자 황성빈이 안타와 도루 등으로 득점권 찬스를 마련했고, 땅볼 타구에 대비해 전진수비를 펼치고 있던 SSG의 시프트를 무색하게 만드는 스피드를 바탕으로 득점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롯데는 5점차의 리드에도 불구하고 방심하지 않았다. 7회 구승민이 바통을 이어받아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홀드를 손에 넣었고, 8회에는 김상수를 투입했다. 특히 김상수가 볼넷을 내주자 김태형 감독은 이례적으로 마운드에 올라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령탑의 격려 속에서 김상수가 이닝을 매듭짓자, 롯데는 9회초 공격에서 윤동희가 솔로홈런을 폭발시켜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9회말에는 '장발클로저' 김원중이 등판해 수비 실책으로 한 점을 내줬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후반기 첫 승리를 완성했다.



2024년 6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정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김상수./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시즌 초반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팀 전체적으로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는 시점이 맞물렸던 까닭이다. 이에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10승의 고지를 밟을 정도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롯데가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5월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부상 선수들이 적지 않았지만, 황성빈과 고승민, 나승엽, 윤동희 등 유망주들이 그야말로 똘똘 뭉치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 6월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 결과 8위라는 순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막차를 탈 수 있는 5위에 랭크된 SSG 랜더스와 격차를 3경기까지 좁혀내며 전반기를 마쳤다.

어려운 시기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치면서 힘을 내준 것도 있지만, 그 배경에는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무서울 때는 말도 걸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사령탑이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제 몫을 해줄 때에는 활짝 웃으며 농담도 건네며 선수들이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팀을 이끌었다. 게다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무심하게 조언을 건네기도. 특히 전날(10일)의 경기는 사령탑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SSG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선취점을 비롯해 4회 달아나는 점수가 필요할 때 타점까지 뽑아준 정훈은 경기가 끝난 뒤 사령탑에게 받은 조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6월 하순 세 경기 연속 안타를 친 것을 제외하면 최근 타격감이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던 정훈은 10일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 타율이 0.107에 불과했다. 때문에 경기를 앞둔 정훈이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본 김태형 감독이 "그냥 좀 해! 니가 뭘…"이라는 한마디를 건넸던 것. 이어 정훈은 "오늘 운동을 하고 들어가는데 최근에 표정이 좋지 않으니, 감독님께서 '표정 고치고, 생각이 왜 그렇게 많냐'고 하시더라. 생각이 많은 상태에서 감독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생각이 편해졌다"고 맹타를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을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11일 경기에 앞서 '정훈이 감독님께서 해준 말이 주효했다고 하더라'는 말을 듣자 "선수들은 다 그렇다. 깔고 가는 거다. 야구를 몇 년을 했는데, 말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돼"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선수들이 고참이 되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정훈에게도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냐'고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팀에도 고참 선수들이 많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것 같다. 그러다가 멘탈이 무너지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말 문을 농담으로 열었지만, 의도를 갖고 정훈에게 한마디를 건넸던 것이다.

사령탑은 정훈에게만 한마디를 전했던 것이 아니었다. 8회말 김상수가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하재훈에게 볼넷을 내주게 되자 마운드에 올라 "뭘 그렇게 낑낑대냐. 못 던진다고 어디 가냐"고 말했다. 제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지만, 생각이 많아지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 특히 김상수는 지난 9일 경기에서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후속타자의 희생번트 작전 때 송구 실책을 범해 결정적인 점수를 내주며 패전을 떠안았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김상수가 많은 생각을 떨쳐내고,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고, 효과를 봤다.

롯데는 전날 승리에도 불구하고 8위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다시 SSG와 격차를 3경기로 좁혀내는데 성공했다. 현재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82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만큼 기회는 있다. 2017년 이후 단 한 번도 가을무대를 밟지 못한 롯데가 '명장'의 지휘 아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2024년 6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LG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경기 준비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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