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시중의 스크린골프 시장이 포화 상태라지만 블루오션으로 뜨는 곳도 있다. 바로 ‘아파트’다. 신축은 기본이고 구축 단지들 사이에서도 커뮤니티 리모델링을 통한 골프 연습 시뮬레이터 설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아파트 관리 애플리케이션 업계 1위인 아파트너에 따르면 이 앱을 통해 지난 한 해 아파트 커뮤니티 내 골프 연습장을 예약한 횟수는 300만 회를 넘는다. 올해는 더 많다. 상반기에 월별 약 30만 회, 하반기에는 월별 약 32만 회의 예약이 진행됐다. ‘윤수일의 아파트’ 시절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로제의 아파트’가 더 유명한 요즘 시대에는 아파트 안에서 스크린 시스템으로 골프 연습을 하는 게 일반화됐다.
골프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인 실내 스크린골프 시장이 레드오션인 데 반해 아파트 커뮤니티 내 골프 연습장은 블루오션”이라고 거들면서 “특히 중소 규모의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업체들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반적인 스크린골프장을 골프존·카카오VX의 2대 회사가 사실상 장악한 반면 이른바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아파트 시장에서는 중소 규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입장에서는 관리비 부담이 적은 시뮬레이터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장의 골프 시뮬레이터 점유율 1위 기업은 지티에스골프다. 2015년 창립 초기부터 아파트를 타깃으로 삼아 렌털 제품 중심으로 영업을 늘려간 결과 2020년과 지난해를 비교한 매출 성장률이 122%를 찍었다. 올해 월간 설치 아파트 수가 평균 10단지에 이를 만큼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신축보다는 기존 아파트의 비중이 80%로 월등히 높다.
지티에스골프는 아파트너를 운영하는 두꺼비세상, 정보 보안 기업 SK쉴더스, 스마트 사물함 전문 기업 아이포스트 등과 업무협약도 맺고 아파트 커뮤니티 내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자사 제품을 도입하는 커뮤니티에 업체별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할인해주는 혜택으로 경쟁 우위를 꾀하는 것이다.
골프존GDR·카카오VX·지티에스골프 외에도 QED·SDR·임팩트비전·디딤골프 등이 아파트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에서 활발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론치모니터(타구 분석 기기) 브랜드인 플라이트스코프도 뛰어들었다. 대형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는 브랜드 인지도를 우선시해 골프존이나 카카오VX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외의 경우는 중소 브랜드들도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한 환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커뮤니티 비용은 입주민의 관리비에서 지출되는 만큼 골프 시뮬레이터 설치·운영도 적절한 가격을 가장 중요시한다”며 “원활한 애프터세일즈(AS)와 무상 업데이트 등의 조건도 아파트 측에서 꼼꼼히 살피는 편”이라고 했다.
스크린골프 예약 플랫폼 김캐디가 아파트 커뮤니티 골프 시설 관리에 뛰어든 것도 눈에 띈다. 김캐디는 최근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 앱을 통해 언제든 골프 타석을 예약할 수 있는 예약 솔루션을 제공했다. 골프 시설뿐 아니라 커뮤니티 내 다양한 시설의 예약과 관리 시스템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어서 업계 1위 아파트너와의 경쟁도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