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파주, 김인오 기자) "프로 선수 12년 동안 처음 벌타를 받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4승의 장수연이 '베테랑'답지 못한 황당한 실수를 했다. 하지만 실수를 실력으로 만회하면서 올 시즌 첫 우승을 바라볼 위치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장수연의 벌타 실수는 20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제4회 대보 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원) 첫날 1번홀에서 일어났다.
이날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장수연은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1개를 잡아내 언더파 스코어를 받아들고 후반 홀로 이동했다.
10번째 홀인 1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낸 장수연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프리퍼드 라이' 룰이 적용된 것으로 착각해 자신의 볼을 집어 올렸고, 그 순간 캐디가 제지해 제자리에 볼을 다시 놓았다.
골프 규칙에서는 로컬룰로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린 이외의 장소에서 자신의 볼을 건드릴 경우 1벌타를 받는다.
다행인 것은 캐디의 도움으로 실수를 인지한 장수연이 볼을 제자리에 다시 놓았다는 점이다. 만약 일반적인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된 것으로 생각해 볼을 옮겼다면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추가로 받게 된다.
장수연은 벌타를 받았음에도 파를 잡아냈다. 세 번째 샷을 프린지로 보낸 후 홀까지 약 8.5m 남은 거리에서 홀인에 성공해 타수를 잃지 않고 2번홀로 이동했다.
장수연은 "지난 2주간 대회서 프리퍼드 라이 룰이 적용됐었는데, 오늘도 적용되는 것으로 착각했다. 페어웨이에서 공을 줍는 순간 캐디가 프리퍼드 라이 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결국 자진 신고해 1벌타 처리됐다. 프로 생활 12년간 처음 받아 본 벌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KLPGA 투어는 날씨 등의 영향이 있을 때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프리퍼드 라이 규칙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지난 3월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이 처음 적용됐고,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KB금융 스타챔피언십,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됐다.
실수에도 불구하고 장수연은 기분 좋게 코스를 벗어났다. 후반에만 3타를 더 줄여내 4언더파 68타, 공동 선두로 1라운드를 마쳤다.
하지만 1라운드 순위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날 대회가 열린 파주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고,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21일 잔여 경기를 한다.
장수연은 "하반기 들어 샷 감이 점점 좋아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코스 상태가 너무 좋아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 감이 좋을 때 우승까지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장수연은 통산 약 28억 9461만원의 상금을 수집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억 8000만원이고 2위는 1억 1000만원이다. 따라서 단독 2위 이상의 성적을 내며 투어 19번째 통산 상금 30억원 고지를 밟는다.
이에 대해 장수연은 "투어 생활 한지 10년이 넘었다. 꾸준하게 해온 결과라 생각한다. 하지만 열심히 한만큼의 결과가 나오진 않은 것 같고, 언제까지 투어 뛸 수 있을지 모르니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파주, 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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