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뿌리자 백스핀 4500rpm ‘뚝’…이른 아침 ‘이슬 골프’ 안 됐던 이유

입력
2024.07.04 07:00
물 뿌리자 백스핀 4500rpm ‘뚝’…이른 아침 ‘이슬 골프’ 안 됐던 이유

[서울경제]
‘호기심 해결소’는 평소 골프를 하면서 머리를 갸웃하게 했던 궁금증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이른 아침 이슬이 채 걷히기 전 라운드를 한 적이 있나. 신발과 바짓가랑이는 러프에 들어가면 금세 젖고, 볼과 클럽에도 물이 촉촉이 묻는다. 그린에 올린 어프로치 샷은 제트기가 푸른 하늘에 하얀 ‘비행기구름’을 만든 것처럼 굴러가면서 긴 궤적을 남긴다. 그런데 이른 아침의 웨지 샷은 유독 잘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한낮보다 스핀도 잘 먹지 않는 것 같다. 이건 그저 느낌일까, 실제로 그런 걸까.

웨지나 볼에 물기가 묻으면 스핀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제 그 정도는 얼마나 될까. 골프채 업체들에 문의했지만 정확한 정보는 없다고 했다. 물기의 영향에 따른 웨지 샷의 탄도와 비거리 변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물 뿌리자 백스핀 4500rpm ‘뚝’…이른 아침 ‘이슬 골프’ 안 됐던 이유

올 신제품과 10년 묵은 웨지 등 총 3종류 테스트


궁금증이 발동한 ‘호기심 해결소’는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굳이 이른 아침이 아니더라도 여름에는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우리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사람이 직접 웨지 샷을 하는 휴먼 테스트도 있지만 샷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스윙로봇 테스트로 진행하기로 했다. 장소는 국산 골프볼 브랜드인 볼빅이 운영하는 경기도 평택의 볼빅 필드테스트 시설. 주한미군 기지 옆에 있는 이곳은 넓고 평평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야외 테스트를 진행하기에 적합하다.

테스트 클럽은 핑의 올해 신제품인 S159 웨지로 했다. 여기에 A사와 B사의 약 10년 된 웨지도 목록에 넣었다. 신제품과 오래된 웨지의 성능 차이도 비교해 보기로 한 것이다. S159와 A사 웨지 로프트 각도는 56도, B사 웨지는 54도였다. 스윙 스피드는 시속 60마일 정도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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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뿌리자 백스핀 4500rpm ‘뚝’…이른 아침 ‘이슬 골프’ 안 됐던 이유

물 뿌리자 백스핀 줄고, 론치 앵글은 증가


먼저 웨지와 볼이 모두 건조한 상태에서 3회씩 때렸다. 그런 다음 웨지와 볼에 물을 적신 후 똑같이 3회씩 샷을 날렸다. 헤드 페이스와 볼 표면에 물기가 최대한 많이 머물도록 스프레이를 이용해 미세하게 물방울을 분사했다. 이에 더해 볼을 미리 물에 넣어뒀다.

건조한 상태에서 때렸을 때 핑 S159 웨지의 백스핀은 평균 9790rpm(분당 회전수)이었다. A사와 B사 웨지의 백스핀도 각각 9903rpm, 9777rpm으로 세 개 웨지 모두 큰 차이는 없었다. 론치 앵글(발사각도)과 최고 탄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비거리에서는 B사 웨지가 3~4m 더 나갔지만 이는 로프트 각도 2도 차이에 의한 영향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때리자 핑 S159 웨지의 백스핀은 건조할 때보다 2929rpm이 준 6861rpm으로 감소했다. A사와 B사 웨지의 백스핀도 각각 5371rpm, 6434rpm으로 줄었다. 물에 의해 웨지 샷의 백스핀이 대략 3000~4500rpm 가량 줄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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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현상으로 마찰력 감소한 게 원인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볼의 최고 탄도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백스핀이 줄면 볼을 공중으로 밀어 올리는 양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볼의 탄도도 그만큼 줄어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론치 앵글에 주목했다. 페이스와 볼에 물을 묻히자 세 개 웨지 모두 발사 각도가 6~10도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백스핀은 감소하지만 볼이 임팩트 직후 솟구친 영향으로 볼의 최고점이 약 1~3m 높아진 것이다. 이는 2m 안팎의 비거리 감소로도 이어졌다.

핑골프의 우원희 테크팀장은 “페이스와 볼 사이에 미세한 수막이 생긴다. 이 때문에 마찰력이 제대로 발생하지 못해 백스핀은 감소하고 볼은 미끄러지면서 발사각도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대표적인 장타자이자 쇼트 게임에도 능한 정찬민은 “페이스나 볼에 물기가 있으면 웨지 샷이 평소보다 높게 뜬다”며 “대회 때 가끔 예상보다 훨씬 탄도가 높아져 당황할 때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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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웨지가 물기 영향 훨씬 크게 받아


새 웨지와 오래된 웨지의 성능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핑 S159와 A, B사의 10년 묵은 웨지는 건조한 상태에서 쳤을 때는 스핀, 탄도, 비거리 등에서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물기의 영향을 받을 때는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S159 웨지는 백스핀이 30%(2929rpm) 감소한 데 비해 A사 웨지는 46%(4532rpm), B사 웨지는 34%(3343rpm) 줄어든 결과를 보였다. 다른 데이터도 마찬가지였다. 물기를 머금었을 때 10년 된 웨지들의 론치 앵글은 건조할 때보다 각각 평균 10도(A사), 6.6도(B사) 증가하는 등 미끄러지는 현상이 새 웨지(평균 6도)에 비해 훨씬 심했다. 그에 따라 볼의 최고점은 더 올라갔고, 비거리 감소폭은 컸다.

우원희 팀장은 “타이어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며 “새 타이어와 헌 타이어를 비교했을 때 건조한 도로보다 빗길에서의 제동력 차이가 훨씬 크다. 이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핑은 페이스에서 물기를 밀어내는 ‘하이드로펄(Hydropearl)’ 도금을 한다. 이 기술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핑은 2018년부터 아이언과 웨지에 하이드로펄 도금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도금은 물기가 페이스에 머물지 못하도록 하면서 광채를 좀 더 높여주고 내구성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실 우리는 이번 실험 한 달 전에 이미 S159 웨지의 하이드로펄 기술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페이스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본 적이 있다. 비교를 위해 다른 제조사의 헌 웨지도 함께 했다. 그 결과 S159 페이스에는 물방울이 거의 맺히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S159에 사용된 하이드로펄도 ‘코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했다. 사용을 하면 할수록 코팅이 벗겨진다는 뜻이다. 이번에 테스트한 S159도 시타용 클럽이었기 때문에 코팅이 어느 정도 벗겨진 듯했다. 한 달 전 실험 때보다 페이스에서 물방울을 밀어내는 능력이 감소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래 된 웨지보다 물에 의한 성능 저하는 훨씬 덜 하다는 걸 확인했다.

물 뿌리자 백스핀 4500rpm ‘뚝’…이른 아침 ‘이슬 골프’ 안 됐던 이유

이슬 등 물기 있을 땐 짧고 안전하게 공략해야


아마추어 골퍼들이 프로처럼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웨지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임성재는 3개 대회마다 바꾼다). 그렇다면 이슬이 맺힌 이른 아침이나 비가 내릴 때는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 게 좋을까.

KPGA 선수 출신으로 이정은6 등을 지도하고 있는 로직골프아카데미의 김기환 원장은 “물기가 있을 때 로브 샷에서는 클럽이 밑으로 쑥 지나칠 가능성이 크고, 지면에 한 번 튕긴 뒤 굴러가는 범프앤드런의 경우에는 볼이 너무 멀리 도망갈 수 있다. 가급적 너무 띄우거나 낮게 굴리는 기술 샷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클럽 선택도 58도나 60도, 그 반대인 피칭웨지보다는 그 중간인 52도나 54도를 선택해 적당히 띄우는 평범한 웨지 샷을 하는 게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정찬민은 “잔디가 젖어 있을 때는 스핀이 줄기 때문에 볼이 그린에 떨어진 뒤 더 많이 굴러간다”며 “저 같은 경우 이른 아침 조에서 시합을 할 경우 볼을 떨어뜨릴 지점을 평소보다 한두 발 더 가까이에 둔다. 굴러갈 예상 거리도 좀 더 계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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