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파리] 핑퐁 DNA로 금빛 스윙, 안병훈 父 "올림픽 메달리스트 가족의 꿈, 이번엔 꼭"

입력
2024.07.06 08:04
아들 안병훈과 손자 안선우와 함께 기뻐하는 할아버지 안재형 감독. 안병훈 SNS


골프선수 안병훈(33·CJ)이 올림픽 메달에 재도전한다. 8년 전 20대 나이에 참가한 2016 리우 대회에선 경험 부족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 2024 파리 대회에선 보다 완숙해진 경기력과 경험치를 앞세워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안병훈은 한국 최초의 '부자(父子) 메달리스트' 타이틀에도 다시 도전한다. 

안병훈은 '올림픽 가족'의 일원이다. 1988 서울 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리스트 안재형 전 탁구 국가대표 감독과 같은 대회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과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건 자오즈민(중국)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 받아 신체 조건에 맞게 골프 선수로 자란 아들은 세계적인 골프 무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누비는 선수로 성장했다. 이젠 올림픽 메달리스트 부모보다 더 유명한 선수가 됐다.  

아버지 안재형 감독의 헌신이 빛났다. '탁구 레전드'로서 국가대표팀과 실업팀 지도자를 역임하던 그는 2007년 아들의 골프 뒷바라지를 위해 고난의 길을 택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안 감독은 아들의 매니저 및 운전기사, 캐디 등 '1인 다역'을 도맡았다. 안병훈은 여러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면서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아들의 감사 인사를 들은 안재형 감독은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신촌에 위치한 안재형-자오즈민의 탁구 클럽 근처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안 감독은 "아들의 성장과 성공만큼 아버지에게 기쁜 일이 어디 있나"라면서 "(부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해) 자신이 선택한 길이 아니었음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한 아들이 자랑스럽다"라며 활짝 웃었다. 

2009년 US아마추어오픈에 나선 안병훈의 캐디를 맡은 아버지 안재형(오른쪽) 감독. 게티이미지


안재형 감독은 안병훈을 "말이 필요없는, 알아서 잘하는 든든한 아들"이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엔 '스포츠 선배'로서 아들의 멘털 관리에 힘을 쏟았지만, 프로 입성 후에는 말을 아꼈다. 안병훈도 얼마 전 화상 인터뷰에서 "내가 2022년 PGA 콘페리투어(2부)에 떨어졌을 때도 부모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골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버지는 겉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노심초사했다. 안재형 감독은 "2부로 떨어지고 오랫동안 (1부 투어로) 못 올라오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안)병훈이도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1년 만에 바로 올라오더라. 아들을 더 믿게 된 계기가 됐다"라며 활짝 웃었다. 

이번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선배'로서 할 말이 많을 텐데 그저 믿고 지켜보고 있다. 2016년 리우 대회 땐 긴장했던 안병훈이 PGA 투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올림픽이 대단한 무대이긴 하지만, 시즌 중 하나의 대회라고 생각하면 편안해진다. 병훈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많이 경험한 만큼 알아서 잘할 거"라며 아들을 믿었다. 

2015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안병훈과 안재형-자오스민 가족. 연합뉴스/신한동해오픈 조직위원회
자오스민-안재형 감독 부부. 안병훈 SNS


그동안 안병훈은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모님의 올림픽 메달이 동기부여가 된다"라며 출전을 고대해 왔다. 안재형 감독은 "아들이 내색하진 않았지만 (부모가 메달리스트인 걸) 은근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동기부여로는 삼되, 부담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는 만큼 올림픽에서도 잘할 거라고 믿는다"라고 당부했다. 

안재형 감독은 안병훈이 18세였던 2009년 US아마추어오픈에서 우승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라고 뛸 듯이 기뻐하던 아들을 보며 안 감독은 "네가 아빠한테 줄 수 있는 행복은 지금 다 받았다. 이제부터는 아빠를 위해서가 아닌 너 자신을 위해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한 바 있다. 올림픽에서도 '메달리스트 부모'를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경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안병훈이 5일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더 CJ컵 바이런 넬슨 3라운드에서 샷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안재형 감독은 아들도 '메달리스트 가족'이 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 안병훈이 메달을 획득하면 한국 하계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부자 메달리스트가 된다. 여홍철-여서정(체조) '부녀 메달리스트'가 있지만, 부자지간은 아직 없다. 부모와 아들이 모두 메달리스트 가족이 된 사례도 없었다. 안병훈이 새 역사에 도전한다. 

안재형 감독은 2016 리우 대회 때 아들과 함께 브라질로 떠났다. 그땐 탁구 국가대표 코치 역할을 하느라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지 못했다. 이번엔 아내 자오즈민과 함께 파리로 날아가 아들을 응원하고자 한다. 안 감독은 "지금 정말 잘하고 있다. 평소 루틴대로 차분하게 경기를 치른다면 결과는 잘 따라올 것이다. 아들의 메달을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부부' 안재형-자오즈민. 안재형은 1988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로 남자 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자오즈민은 중국 대표로 여자 단식 동메달과 복식 은메달을 획득했다. 1984년 세계선수권에서 인연을 맺은 두 선수는 한·중 수교(1991년) 전인 1989년, 국경을 뛰어넘은 '세기의 사랑'으로 주목받으며 결혼에 골인했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안병훈은 탁구라켓 대신 골프클럽을 잡고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IS 포토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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