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이영하(28)는 2019시즌 17승을 거두며 팀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KS)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두산을 넘어 한국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우완 에이스란 평가도 받았다. 데뷔 첫 10승을 거둔 2018시즌의 기세를 이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후 4년간(2020~2023년)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 기간 134경기(50선발)에 등판해 21승28패6홀드7세이브, 평균자책점(ERA) 5.19에 그쳤다. 가을야구 무대에선 스윙맨으로서 존재감을 떨치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2023년에는 고교 시절의 일로 송사에 휘말린 탓에 야구에 집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달랐다. 호주 시드니~일본 미야자키 1·2차 스프링캠프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완주했다. 그전까지는 선발투수는 물론 특정 구종에 대한 욕심이 컸지만, 모두 내려놓았다. 팀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인드로 무장했다. 단, 자신감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59경기에서 5승4패2세이브5홀드, ERA 3.99로 반등했다. 그렇게 ‘내려놓음의 미학’을 깨달았다.
올해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준비가 돼 있다. 2025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생애 처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데, 그보다도 마운드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과정도 순조롭다. 1월에는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미니 캠프에서 개인훈련을 소화했다. 최상의 몸 상태로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호주 1차 캠프에서 진행한 불펜피칭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구단 관계자는 “(이영하가) 겨우내 개인훈련의 결과를 불펜피칭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하는 “지금까지 느낌이 좋다. 페이스도 계획대로 올라오고 있다”며 “요미우리 미니 캠프에서 준비한 부분들이 지금까지 잘 이어지는 것 같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디테일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펜피칭 단계에서도 투구 디자인을 세분화하고자 디테일을 찾고 있는데, 이 부분이 잘 되고 있다. 라이브피칭과 실전을 통해 지금의 과정을 좋은 결과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