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생각, 다르지 않았다”···안세영 손 100% 들어준 문체부, 협회엔 김택규 회장 해임 요구

입력
2024.10.31 13:00


문화체육관광부가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최악의 경우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협회 사무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점검 결과 최종 브리핑에서 “협회의 보조금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치로, 횡령 배임 의혹에 대해 지난 29일 송파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직접 책임 있는 회장은 해임을, 사무처장은 중징계를, 관련 담당자 역시 징계를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5000만원 규모 후원 물품을 받았다. 문체부가 지난 9월10일 중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물품들이 공식 절차 없이 지역에 임의 배부됐다. 이를 횡령 배임으로 규정하고 문체부는 전년도치 1억5000만원 반환을 명령했고 제재부가금 4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승강제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 사업, 협회 임원의 운영업체에 수수료 지급 등을 문제 삼고 보조금 환수 사전 절차로 3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이후 보조금 부정수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반환액과 제재부가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반환금과 제재금, 그리고 선수단에 지급되지 않은 후원사의 상금 반환까지 합치면 총 환수 규모는 약 90억원에 이른다. 문체부는 “국고보조금 환수 시한은 없지만 즉시 환수할 생각이다. 법령에 따라 엄중하게 규정대로 집행하겠다”고 했다.

다만 회장 해임도, 관리단체지정도 최종 권한은 문체부가 아닌 대한체육회에 있다. 현실적으로 회장 해임과 불응시 관리단체지정 등을 문체부가 직접 강제할 권한은 없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징계관할권 상향을 요구했으나 지난 10월 체육회가 거부했다. 협회가 3개월 동안 하지 않으면 체육회가 직접 하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체육회가 그런 권한을 행사한 경우가 거의 없다. 개선되지 않으면 관리단체지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발언에서 비롯됐다. 이에 문체부는 8월12일 조사단을 꾸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 총 51명 중 36명과 협회, 실업연맹 관계자들을 개별 의견 청취했다. 이 과정에서 김택규 회장은 불응해 한 번도 대면 조사를 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선수들과 개별면담한 결과 안세영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안세영이 제기했던 협회와 대표팀의 문제들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였다. 상당 부분이 배드민턴 대표팀뿐 아니라 다른 종목까지 적용돼 진천선수촌의 운영지침까지 바꾸게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 부상 관리 체제에 있어 진단부터 재활 치료까지 선수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진천 선수촌 내 의료인력과 공간을 확충하며, 선수촌 생활 관련 부조리한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선수들의 공휴일 및 주말 외박과 외출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후배가 청소와 빨래 등을 하는 부조리를 없애겠다고 했다. 선수촌 내 산악훈련 등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또 배드민턴 대표팀에 대해서는 종목별 지도자 지원, 개인 트레이너의 국가대표 훈련 참여 보장, 1·2진 선수들의 전략적인 국제대회 출전을 분배하겠다고 했다. 안세영이 지적했던 단·복식 별 맞춤 훈련을 위해 대표팀 코치진을 현재 13명에서 2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기존과 달리 총감독 산하에 단·복식별 감독을 별도로 두고 코치 10명, 트레이너 6명, 영상팀 1명을 배정하는 방안이다.

더불어 국가대표 선수가 자비로 해외 프로리그나 해외초청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규제하고 비국가대표는 국제대회 출전을 규제하는 현재 배드민턴협회의 규정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재 배드민턴협회는 비국가대표의 경우 5년 동안 국가대표 활동을 한 남자 만 28세, 여자 만 27세 선수에게만 국제대회 출전을 허용한다. 문체부는 “이를 철폐할 것을 지난 9월12일 시정공고했으나 협회가 미온적이라 시정명령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안세영이 협회 후원사 요넥스 신발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강제로 신어야 한다는 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자 최근 후원사와 개선 협의될 때까지 안세영에 한해 원하는 신발을 신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선수 전체의 보편적 권리”라며 협회의 후원 계약에 있어서도 안세영 개인이 아닌 선수 전체의 용품 선택권을 보장하고 유니폼에 선수 개인 후원사 로고를 노출할 권리도 허용할 것도 시정명령 조치했다. 이로 인한 협회 후원사와 계약 관련 위약금 발생시에는 문체부 예산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안세영이 올림픽 기간 내내 찾았던 ‘한쌤’(한수정 트레이너)으로 불거진 개인 트레이너의 국가대표 훈련 참여도 허용한다. 문체부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대회 이후 관련 제도가 정비된 대한축구협회 사례를 다른 종목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을 한 이정우 문체부 조사단장(체육국장)은 “협회가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자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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