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늘 유력했지만 닿지 않았던 남 58㎏급 정복자…박태준의 반전과 ‘종주국의 자부심’

입력
2024.08.08 15:10
박태준, 한국 남자태권도 16년 만의 금메달 [파리 2024]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금메달리스트 박태준(20·경희대)은 올해 초까지도 대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기 위해선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랭킹 5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2020도쿄올림픽 이 체급 동메달리스트인 선배 장준(24·한국가스공사)의 랭킹(3위)이 5위였던 박태준보다 높았다.

결국 이들은 2월 1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치른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 티켓의 주인을 가리는 잔인한 운명과 맞닥뜨렸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3차례 맞대결을 펼쳐 2번 이긴 선수가 파리행 티켓을 손에 쥐는, 그야말로 ‘데스 매치’였다.

올림픽 경험을 지닌 데다 상대 전적에서 6전승으로 압도적이던 장준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박태준이 이변을 일으키며 첫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다. “올림픽도 올림픽이지만, 국가대표를 한번 해보는 게 꿈이었다”던 그에게 더 큰 목표가 생긴 날이다. 그는 다짐했다.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꼭 금메달을 따오겠다.”

쉽지 않아 보였던 올림픽 티켓을 거머쥔 것 자체가 엄청난 동기부여였다.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전기)이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에게 반복적으로 패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기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기도 했다. 또 다양한 기술을 앞세워 다득점을 노리는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서 약점인 수비와 집중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파리올림픽에서 나타났다.

태권도 종목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편견도 깨트렸다. 세계랭킹 1위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꺾은(라운드 스코어 2-0) 준결승에서 2-2로 맞선 1라운드 종료 5초를 남기고 2차례 몸통 공격으로 4점을 따낸 장면은 백미였다.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과 결승 2라운드에선 한 번에 5점을 따낼 수 있는 뒤후리기를 선보였다. 16강전(24점), 8강전(16점), 준결승(19점), 결승(19점·기권승)까지 박태준이 따낸 점수만 무려 78점에 달했다. 결과와 과정을 모두 잡은 것이다.

한국태권도가 올림픽 남자 58㎏급에서 처음 따낸 금메달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2012런던올림픽 이대훈(은메달),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김태훈, 도쿄올림픽 장준(이상 동메달)까지 올림픽 때마다 남자 58㎏급은 금메달 유력 체급으로 기대를 모으고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 숙원을 풀어준 이가 바로 박태준이다. 결과도 좋았지만, 부상으로 힘겨워하는 결승 상대 마고메도프를 시상식 때까지 챙긴 품격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박태준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 금메달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관식을 마친 챔피언의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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