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김유진, 천신만고 끝에 파리행…할머니께 金 선물 약속

입력
2024.06.30 05:00
수정
2024.06.30 11:08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초등학교 1학년 때 할머니의 권유로 태권도를 배운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은 '가시밭길'을 뚫은 끝에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에 올랐다.

태권도 국가대표 4명 중 맨 마지막으로 힘겹게 파리행 티켓을 거머쥔 그는 "(너무 고생해서) 올림픽 본선이 훨씬 쉬울 거"라며 "금메달을 꼭 따서 할머니에게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으로 남자 58㎏급 박태준(경희대), 남자 80㎏급 서건우(한국체대), 여자 67㎏ 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이 올림픽 출전권 3장을 확보했다.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1장의 티켓을 더 딸 수 있는데, 한국은 논의 끝에 여자 57㎏급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후 김유진이 자체 선발전을 통해 대륙별 선발전 출전 선수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김유진은 지난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아시아 선발전 4강에서 캄보디아의 줄리 맘을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고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김유진은 "작년에 올림픽 랭킹 포인트 경쟁을 펼쳤는데 생각처럼 잘 안됐다. 이후 대륙별 선발전에 나설 체급을 선정하고 국내 선발전을 거쳤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에 대륙별 선발전까지 나가는데 부담감이 너무 컸다. 해내고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에 힘들었다"면서 "올림픽에 나가겠다는 마음 하나로 계속 달려왔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파리행 티켓을 잡았지만, 이후부터는 승승장구했다.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된 제26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카자흐스탄의 마리아 세보스티아노바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김유진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은 2021년 레바논 대회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최근 국제 대회 성적이 좋은 원동력에 대해 "경험을 축적하면서 (플레이가) 성숙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유진은 여유가 넘친다. 지금까지 거친 난관을 생각하면 올림픽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김유진은 "오히려 올림픽 본선이 별거 아니다"라고 웃으며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을 세 번이나 출전한) 이대훈 선배님에게도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물어봤는데, '앞서 두 번이나 부담감을 잘 이겨냈으니, 올림픽은 별거 아니다'라고 답해주셨다. 부담감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최근 2주 동안 스페인, 프랑스로 전지훈련을 떠나 유럽 선수들과 겨뤄본 것도 도움이 됐다. 김유진은 "유럽 선수와 대결하면 조금 긴장하는 편인데,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큰 키(183㎝)를 활용한 발차기는 김유진의 주 무기다. 같은 체급에서도 그보다 큰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김유진은 "아버지 키가 185㎝ 정도 되는데, 그 유전자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큰 키를 잘 활용해 상대의 얼굴을 공격하는 것이 내 강점"이라며 "지금 기량이 선수 생활 중 가장 정점에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대신 순발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순발력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소 훈련에 힘쓰고 있다. 또한 파워 강화 훈련도 병행한다고 했다.



김유진은 유년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업으로 바빠 할머니 손에서 컸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호신술을 배워보라고 권유, 태권도의 길을 걷게 해줬다.

그는 "할머니는 평소에 표현을 잘 안 하시는 편이지만, 손녀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니까 매우 뿌듯해하신다"며 "할머니께서 '다치지 말고 잘하고 돌아오라'고 말씀하셨다. 금메달을 따면 가장 먼저 할머니가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김유진은 "올림픽이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천천히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경기 전날에는 (너무 긴장해) 잠을 못 잘까 봐 걱정도 된다. 그래도 왠지 잘할 것 같다"며 "후회없이 준비한 걸 다 펼쳐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유진의 본보기는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다. '식빵 언니'로 불리는 김연경처럼 승리욕이 넘쳐 경기 중 비속어가 나올 때도 있다며 웃은 김유진은 "김연경 선수의 멘털을 본받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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