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MC가 웬말”…10년史 ‘역사저널 그날’ 둘러싼 외압 논란(종합)[MK★현장]

입력
2024.05.14 15:35
수정
2024.05.14 15:35
‘역사저널 그날’ 개편 중 내부 갈등이 터졌다. 폐지설에 외압설까지 불거진 ‘역사저널 그날’ 사태를 둘러싸고 KBS 피디협회가 다양한 의문점을 내며 투쟁의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앞에서는 KBS피디협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세원 KBS 피디협회 회장, 김은곤 KBS 피디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 등이 참석했다.

‘역사저널 그날’은 역사가 움직인 터닝 포인트인 ‘결정적 하루’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교양과 재미가 있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2013년 10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난 2월 11일 방송을 끝으로 휴식기 및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5월 돌아올 예정이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앞에서 KBS피디협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진아 기자

제작진은 한 배우를 새 MC로 확정하고 첫 방송을 준비 중이었으나, 최근 사측에 의해 ‘무기한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 4월 30일로 예정된 개편 첫 방송 녹화를 3일 앞둔 4월 25일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을 ‘낙하산 MC’로 앉힐 것을 최종 통보했다는 것.

프로그램은 이미 MC와 패널, 전문가 섭외 및 대본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사측이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 미디어특위 위원 등을 지낸 전직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낙하산 MC로 밀어붙였고, 조수빈의 출연 거절 의사와 함께 무산이 되자 방송을 폐지키로 했다는 게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 녹화 3일 전 ‘낙하산 MC’ 통보?
KBS 피디협회는 “공식 섭외받은 적 없다는 조수빈은 왜 ‘역사저널 그날’ 담당 부장에게 연락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제작진이 여러 가지 상황을 수습하던 사이, 조수빈 측으로부터 스케줄이 안된다며 ‘역사저널 그날’ 부장에게 연락해 왔다. 공식 섭외를 받은 적 없다며 유감을 표명한 조수빈에게 묻고 싶다. 왜 섭외를 받지도 않은 프로그램에 일정을 핑계로 출연 불가 통보를 했는가. 이는 스스로 낙하산 MC임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은 “납득가지 않는 게 조수빈이 MC 출연 의사를 거절했는데, 결론이 사실상 프로그램이 폐지다. 왜 MC를 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폐지가 되어야 하는가. 그러다 보니 계속 의문이 든다. 국장, 고위 간부까지 저희가 계속 읍소를 했다. 그런데도 즉 제작진이 프로그램 안 다치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왜 고위직들은 무리수를 두는 거냐. 의문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역사저널 그날’ 개편 중 내부 갈등이 터진 가운데, KBS 피디들이 오늘(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김영구 기자

#. 무기한 보류 결정 책임자는 도대체 누구?
피디협회는 “낙하산 MC가 안 되면 프로그램도 없애버리는 제작본부장 프로그램이 새로 시작할 때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제작진들은 그런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프로그램을 런칭한다. 하지만 낙하산 MC인 조수빈을 제작진이 거부하자 프로그램이 사실상 폐지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수빈이 출연을 고사했으니 이제 문제없는 것이 아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제원 본부장은 조직 기강이 흔들렸다며 ‘회사의 결정은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라고 통보했다. 프로그램을 없앨 정도의 힘이 있는 출연자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며, 과연 이 결정 이 이제원 본부장의 개인 의견인지, 아니면 박민 사장, 혹은 더 윗선의 결정인지 제작진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러한 의견을 낸 책임자가 누구인지 그 시발점을 알고 싶은 입장이지만 제작본부장, 사장, 윗선 등은 서로 ‘자신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앞에서 KBS피디협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진아 기자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은 여전히 반복되는 불공정한 관행에 불노를 표했다. 그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많은 피디들이 체념도 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지금은 제작 과정에 불합리한 지시와 탄합을 막는데 에너지를 나눠 써야 한다는 게 통탄스럽다”라며 “정말 화가 난다는 건 이런 짓을 6~7년마다 반복된다는 거다. 국민의 방송에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은 “저희는 1차적으로는 KBS 대표 프로인 ‘그날’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배후가 누군지 끝까지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작진의 희망? “오로지 ‘역사저널 그날’을 지키는 것”
제작진은 이 같은 초유의 사건 속에서도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예고를 촬영하고 홍보안, 포스터까지 다 나온 프로그램의 녹화를 2주간 연기하면서도 연기 사유를 불문에 부치며 사태 해결에만 골몰해 왔다. 피디협회는 “아직도 제작진은 시청자와 KBS의 소중한 자산인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마음만이 간절하다. 책임질 자는 책임지고, 프로그램은 살려내라고 제작진은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는 제작진이 직접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게 맞았지만 이 또한 사측의 압력으로 인해 나오지 못하게 됐다.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은 “외부에는 이번 주에 알려졌지만 제작진은 3주 넘게 조용히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그걸 지켜보면서 계속 드는 의문이 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지시로 MC를 했냐는 거다. 제가 KBS에서 PD 생활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번 사례는 무리수와 독특함이 많다. 갑자기 녹화 근무 3일 전에 바꾸라고 했는데, 최소 한달 전에는 말하고 싸운다. 3일 전 통보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앞에서 KBS피디협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진아 기자

현재 제작진은 협회나 노조를 활용해서 내부적인 갈등을 알리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제작이 재개된다면 그동안 준비해왔던 걸 가지고 방송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겠지만, 갈등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마저도 불투명해진다. 금주 후반으로 가면서부터는 다양한 투쟁 방법도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KBS 피디협회는 “법률적인 부분으로도 검토를 해서 경영진의 각종 행위에 대해 당연 압박을 할 것이다. 모든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여의도(서울)=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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