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의 심장 멈춘 합천, PS행 막차 탑승 [바둑리그]

입력
2024.04.05 00:04
수정
2024.04.05 00:04

수려한 합천 고근태 감독(왼쪽)과 송지훈 8단, 원성진 9단. 쿠키뉴스 자료사진



바둑에서 ‘상대 전적’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상대 팀 주장이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할 것을 예상해 ‘저격 오더’를 낸 지략이 빛을 발하면서 수려한 합천이 PS행 막차에 탑승했다.

4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14라운드 경기에서 수려한 합천이 마한의 심장을 3-2로 꺾었다.

양 팀은 4국까지 2-2로 팽팽히 맞서 14R 통합라운드 경기 중 유일하게 ‘에이스 결정전’을 펼쳤다. 감독들의 지략 대결도 관심 요소였다. 대만 일인자 쉬하오훙 9단을 영입한 마한의 심장 영암은 이날 4국에서 합천 4지명 한태희 8단에 패하는 등 부진했던 용병 대신 주장 안성준 9단을 신임했다.

반면 수려한 합천 고근태 감독은 상대 팀에서 주장이 에이스 결정전에 나설 것을 확신하고 주장 원성진 9단 대신 2지명 한우진 9단을 내보냈다. 한 9단이 안성준 9단에게 상대 전적 3승1패로 앞선 점을 고려한 저격 오더였다.



바둑리그 홍일점 감독 한해원 3단의 도전은 아쉽게 멈췄지만 초반 부진을 딛고 승점 21점, 정규시즌 5위를 마크하는 성과를 올렸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밤 11시30분까지 이어진 에이스 결정전에서 한우진 9단은 시종일관 시원 시원한 행마로 국면을 리드해나갔다. 특히 중반 승부처에서 떨어진 백 78은 이른바 ‘이적(耳赤)의 수’를 연상케 했다.

이적의 수란 1846년, 일본의 전설적인 바둑 기사 혼인보 슈사쿠가 당대 최고수 겐낭 인세키와 대결에서 중앙의 화점인 ‘천원’ 부근에 착점을 했을 때, 인세키의 귀가 빨개졌다는 데서 유래한 일종의 바둑 용어다.

이날 대국에서도 중앙에 신묘한 한 수가 떨어진 이후 안성준 9단은 다소 무리한 상변 침입을 감행했다가 한우진 9단의 맹공을 당하면서 형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이후 상변 흑 돌은 간신히 살아갔지만 그 사이에 하변 흑이 위태로워지면서 결국 대마가 몰살, 승부가 끝나고 말았다.



한우진 9단의 백 78수. 안성준 9단은 이후 상변 백 진영에 깊숙하게 침투하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오히려 하변 일대 흑 대마가 잡히면서 종국을 맞이했다. 사이버오로 수순 중계 갈무리


 
수려한 합천은 이날 포스트시즌 진출이 걸려 있는 최종전에서 1⋅2국에 주장 원성진 9단, 2지명 한우진 9단이 모두 패했음에도 3지명 송지훈 8단과 4지명 한태희 8단의 분전으로 승부를 5국까지 끌고 갔다. 각각 최철한 9단, 쉬하오훙 9단을 상대하는 쉽지 않은 대결이었음에도 이를 모두 따낸 저력이 빛났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한우진 9단의 결승타로 3-2 승리를 거머쥔 수려한 합천은 정규시즌 4위로 PS행 막차에 탑승, 오는 5월8일 속행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한국물가정보와 격돌한다. 

2003년 드림리그로 출발한 바둑리그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외국인 용병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해 외연을 넓혔다. 우리나라 상위 랭커들은 2001년부터 중국갑조리그에서 용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8개 팀이 경합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한 팀당 1∼5지명 다섯 명의 선수와 함께 용병을 포함한 후보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는 규정도 새롭게 도입했다.

정규시즌을 모두 마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오는 5월8일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의 포문을 연다. 이어 플레이오프는 5월11일, 챔피언결정전은 5월15일에 시작되며 최종전까지 갈 경우 5월17일에 대망의 우승팀이 가려진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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