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의 젊은 사령탑이 마침내 웃었다. 남자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김태술 감독이 부임 후 8연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18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75-58로 승리를 거둔 소노는 팀 창단 이래 최다인 11연패의 사슬도 함께 끊어냈다.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는 중계석에서 코트로 직행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부임 직후부터 8연패를 당하며 KBL 역대 데뷔 사령탑 중 최초로 ‘6연패 무승’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떠안았다. ‘과정이 있는 농구’를 선언했지만, 경기 운영 미숙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승리의 기쁨 속에서도 김 감독의 첫 소감은 의외로 담담했다. “기분이 엄청 좋을 거로 생각했는데 묘한 기분이 든다. 진짜 승리를 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정신이 없다”며 그간의 부담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부임 초기의 어려웠던 순간도 털어놓았다.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굉장히 뭔가 모를 무거운 감정들이 저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 3연패, 4연패를 하면서도 선수들의 경기력은 계속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고비를 못 넘겼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연패 탈출을 넘어 ‘태술볼’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이정현과 이재도라는 두 핵심 선수의 조화로운 운용법을 찾아냈고, 4쿼터까지 이어지는 집중력도 확보했다. 선수들은 승리 후 찬물 세례로 감독을 축하했고, 김 감독은 “진짜 차갑네요. 예상을 못했는데, 선수들이 저를 축하해 주기 위한 세리머니니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초보 사령탑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소노는 이제 상승세를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새로 영입한 알파 카바가 25일 원주 DB전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어 반등의 동력도 충분하다. 6승 13패로 10위에 자리한 소노는 9위 서울 삼성을 반 경기 차로 추격하며 중위권 도약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