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시절의 시카고 불스는 말 그대로 당대를 지배했다. 특히 72승을 달성하던 1995~1996시즌의 불스는 역대 최고의 팀중 하나로 불리고 있다. 당시 불스 멤버들은 이른바 범용성이 대단했다. 각 멤버들도 빼어났지만 서로간 시너지효과가 워낙 좋았다는 평가다.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 당시 불스는 조던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워낙 높았던지라 ‘트라이앵글 오펜스’라는 전술을 감안하더라도 범용성이라는 단어하고는 잘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조던이라는 역대 최고 공격 머신의 존재로 ‘공격이 강한 팀이다’는 이미지를 가지고있는 불스지만 그들의 진짜 힘은 수비였다.
특히 핵심 멤버들간 수비 범용성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룩 롱리라는 역대급 팀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덩치만 큰 선수가 센터를 맡고 있었음에도 나머지 4인의 수비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조던의 대인 수비는 공격력 못지않게 파괴적이었다. 자신과 같은 슈팅가드 포지션은 물론 빠른 포인트가드부터 어지간한 빅윙까지 모두 커버 가능했다. 동포지션 역대 최고로 꼽힐 정도다.
이는 팀내 넘버2 스카티 피펜도 마찬가지였다. 대인 수비에 더해 팀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조던보다 조금 컸던 관계로 3번을 중심으로 2, 4번 수비도 충분히 해냈다. 둘이 마음먹고 질식 수비에 들어가면 상대 가드, 스윙맨 라인은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것 조차 힘겨울 정도로 엄청난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거기에 파워포워드 데니스 로드맨은 득점력은 아쉬웠지만 포스트 인근 수비만큼은 어지간한 특급 센터 부럽지 않았다. 전가의 보도인 리바운드 쟁탈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공룡 센터’로 불리던 샤킬 오닐까지도 어느 정도 매치업이 가능할 만큼 4~5번 수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포인트가드 론 하퍼 역시 부상 등으로 공격력은 많이 하락했지만 긴 팔을 앞세운 수비력만큼은 여전히 평균 이상의 수준이었다. 롱리가 묵직하게 포스트에서 버티어주는 가운데 활동량, 센스를 두루 갖춘 디펜더 4명이 철벽을 쳤던지라 상대팀은 공격시 많은 압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불스가 수비적인 부분에서 주축멤버들의 범용성이 돋보였다면 그들과 비견되는 또 다른 역대 최강팀 ‘어우골(어차피 우승은 골든스테이트)’ 시절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같은 경우 공수밸런스 전체에 있어서 그러한 부분이 돋보였다. 일단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케빈 듀란트, 드레이먼드 그린은 모두 헤비 온볼러가 아니다는 점에서 플레이적인 궁합이 좋았다.
한창때 코비 브라이언트, 제임스 하든, 러셀 웨스트브룩이 뭉쳤다고 가정해보자. 이름값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멤버이고 실제로 저 정도 선수들이라면 조직력이고 뭐고 어지간한 팀은 힘으로 밀어붙여 눌러버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파이널 우승까지 가기는 쉽지 않았을 공산도 크다.
10의 힘을 가진 셋이 모일 경우 30을 넘어 그 이상의 시너지가 발휘되는 경우도 있으나 반대로 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플레이하는 온볼러들의 경우 함께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의 리듬을 다운시키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적으로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
당시 워리어스는 달랐다. 한창때 탐슨은 3&D의 교과서같은 선수였다. 아니 완성체였다. 커리는 공격형 포인트가드라는 점에서 얼핏 온볼러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는 오프더볼무브에도 능했다. 상황에 따라 볼을 오래 가지고 있을 때도 있지만 늘 팀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
그런 팀에 그린의 존재는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그린은 사용법이 쉬운 선수가 아니다. 성격은 둘째치고 플레이 스타일 적인 면에서 슛이 약한 언더사이즈 빅맨은 현대농구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더욱이 하위픽인지라 팀에서 공들여 키울 자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워리어스는 역사상 최고의 슈터가 둘이나 있던 팀이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슈터를 활용하는 전략이 잘 짜여져 있다. 그런 팀에서 그린은 슛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자신이 잘하는 수비와 패싱플레이 위주로 성장이 가능했다. 그린의 존재로 인해 커리도 리딩 부담을 상당부분 덜 수 있었다. 탐슨 역시 3&D에 집중하기가 더욱 용이했다.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선수가 바로 듀란트다. 듀란트 역시 헤비 온볼러가 아니다. 간결하게 득점하는데 도가 튼 득점 머신이자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다. 워리어스에게도, 듀란트에게도 서로에게 잘맞는 최적의 조합이었다. 기존 우승 후보에 리그 최고의 선수중 한명이 연결고리로 들어왔다고 볼 수 있었다. 어우골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커리, 탐슨, 듀란트는 어느 조합에서도 제 몫을 할 범용성이 높은 선수들이었고 상대적으로 그린이 살짝 사용법이 까다롭지만 워리어스와의 궁합은 최고였다. 이런 팀이 시너지 효과가 높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사기조합이다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