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분 출장 30득점(야투 12/26, 3점슛 4/12) 10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 42분 출장 32득점(12/21, 3점슛 4/9)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 한 팀을 이끄는 에이스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팀은 89-107, 98-105로 2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미국 프로농구(NBA) 파이널에서 보스턴 셀틱스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할렐루카’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 얘기다.

10대 나이에 유럽 무대를 평정한 돈치치는 2018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고, 전체 3순위로 댈러스 매버릭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8~2019시즌에 평균 21.2득점 7.8리바운드 6.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슈퍼스타가 될 만한 싹을 보였던 돈치치는 2년차에는 평균 28.8득점 9.4리바운드 8.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득점이면 득점, 동료의 득점 기회를 살려주는 어시스트 능력, 동포지션 대비 최고의 리바운드 능력까지 보여준 돈치치에게 올-NBA 퍼스트팀은 당연했다.



이후 돈치치의 행보는 승승장구였다. 2023~2024시즌까지 무려 5년 연속 올-NBA 퍼스트팀 선정. 아직 정규리그 MVP는 없지만, 선수 개인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커리어를 쌓은 돈치치다. 이제 남은 것은 파이널 우승. 2021~2022시즌에 피닉스 선즈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긴 했지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패해 파이널 진출은 실패했다.

동료들의 도움이 부족했던 돈치치에게 댈러스는 2022~2023시즌 도중 카이리 어빙이라는 최고의 클러치 플레이어를 선물해줬다. 돈치치가 그동안 같이 뛴 파트너 중 가장 뛰어난 선수였지만, 돈치치와 어빙의 역할 분담이 애매했고, 2022~2023시즌엔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절치부심하며 맞이한 2023~2024시즌. 돈치치와 어빙은 확실한 역할 분담을 가져갔고, 드디어 댈러스가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났다. 여기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댈러스는 PJ 워싱턴과 대니얼 개포드를 영입해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시켰고, 서부 5번 시드로 출전한 플레이오프에서 1라운드 LA클리퍼스(4번시드), 2라운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1번시드), 컨퍼런스 파이널 미네소타 팀버울브즈(3번시드)를 상대로 차례로 업셋을 기록했다. 돈치치의 생애 첫 파이널 진출이었다.

파이널 상대는 64승18패로 동서부 통틀어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한 보스턴. 제이슨 테이텀-제일런 브라운의 ‘원투펀치’에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즈루 할러데이와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기존의 데릭 화이트와 알 호포드까지 주전 5명에 식스맨까지 완벽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보스턴은 서부에서 상대했던 강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었다.



테이텀과의 에이스 맞대결에서는 돈치치의 압승이다. 돈치치가 2경기 연속 30득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과는 달리 테이텀은 2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긴 했지만, 파이널 2경기에서 야투율 31.6% 3점슛 성공률 28.6%를 기록하며 최악의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보스턴이 1,2차전을 모두 잡은 것은 테이텀을 제외한 선수들의 맹활약 덕분이다. 1차전에선 2옵션 브라운이 22득점 6리바운드 3스틸 3블록슛, 마이애미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 이후 한 달여 만에 코트를 밟은 포르징기스가 21분만 뛰며 20점 3블록슛을 기록하며 테이텀의 부진을 만회해줬다. 2차전에선 즈루가 야투 14개를 던져 11개를 넣는 미친 효율로 26득점을 올려주고, 브라운(21점), 화이트(18점)가 공수에서 활약하며 또 한 번 테이텀의 부진을 상쇄해줬다.

반면 댈러스와 돈치치로선 어빙의 부진이 뼈아프다. 어빙은 1차전에서 야투 19개를 던져 6개만 성공시키는 극악의 야투율로 12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에 그쳤다. 2차전에서도 16점(7/18) 6어시스트로 평소의 어빙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초 이번 파이널을 앞두고 선수단 재능의 총합에서는 보스턴의 압승이지만, 원투펀치의 화력과 클러치 능력 만큼은 돈치치-어빙의 댈러스가 테이텀-브라운의 보스턴보다는 앞선다는 평가였다. 보스턴은 1옵션 테이텀이 흔들리고, 댈러스는 2옵션 어빙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선수단의 면면을 보면 댈러스에게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모양새다. 보스턴은 에이스가 흔들려도 이를 만회해줄 수 있는 올스타급 레벨의 동료들이 있는 반면 댈러스는 돈치치와 어빙을 제외하면 올스타급 레벨의 선수가 전무하다. 어빙의 활약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어빙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스크린을 통해 즈루를 벗겨내면 화이트가 등장한다. 즈루와 화이트가 버티는 백코트 수비는 NBA 최강이다. 즈루와 화이트를 벗어나면 브라운, 테이텀 등 평균 이상 혹은 리그 최고의 수비수들이 등장한다. 제 아무리 1대1 능력은 NBA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어빙이라도 보스턴의 무한 스위치 수비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차전까지 2패로 몰린 댈러스로선 3차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NBA 역사상 3패로 몰린팀이 내리 4경기를 이기는 리버스 스윕은 단 한번도 나온 적이 없기 때문. 3차전 패배를 사실상 파이널 준우승 확정인 셈이다. 3차전부터 어빙의 반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빙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결국 돈치치가 1,2차전의 활약을 넘어서는 50점을 쏟아붓는 미친 활약이 필요하다. 과연 돈치치의 첫 파이널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본인이 50점 동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든, 어빙이 25점 이상 넣는 반등이 필요하다. 둘 중엔 어빙의 반등이 더 쉽긴 하다. 과연 돈치치의 생애 첫 파이널은 새드 엔딩일까. 댈러스와 보스턴의 파이널 3차전은 13일 오전 9시 30분(한국시간) 댈러스의 홈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스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