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장군, 사슴 군단에서 우승고지 정복할까?

입력
2024.02.13 15:11


흔히들 스포츠를 총성 없는 전쟁터에 비유한다. 매경기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며 근성을 불태우고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농구도 마찬가지다. 연신 뜨겁고 연신 터져 오른다. NBA 스타중 한명인 데미안 릴라드(33‧187cm)는 팬들 사이에서 '릴장군'으로 불린다. 강한 승부욕을 앞세워 거칠 것 없이 전장을 누벼왔기 때문이다.

릴라드하면 떠오르는 것은 대표적으로 두가지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지켰던 영웅 그리고 신인드래프트 6픽의 저주를 끊어낸 인물이 그것이다. NBA에는 여러가지 징크스가 존재하는데 개중에는 저주라는 말이 따라붙는 다소 섬뜩한 것들도 있다. 진짜 저주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독한 징크스 혹은 오래됐다는 강한 표현이라고 보는게 맞다. 그중에는 6순위 픽의 저주가 있다. 1978년 래리 버드 이후 1라운드 6순위로 지명된 선수들이 크게 뜨지 못했다는 것이다. 릴라드 지명 이전까지 6번픽을 살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러셀 크로스(골든스테이트), 멜빈 터핀(워싱턴), 조 클라인(새크라멘토), 윌리엄 베드포드(피닉스), 케니 스미스(새크라멘토), 허시 호킨스(클리퍼스), 스테이시 킹(시카고), 펠튼 스펜서(미네소타), 더그 스미스(댈러스), 톰 구글리오타(워싱턴), 칼버트 치니(워싱턴), 샤론 라이트(필라델피아), 러셀 크로스(골든스테이트), 멜빈 터핀(워싱턴), 조 클라인(새크라멘토), 윌리엄 베드포드(피닉스), 케니 스미스(새크라멘토), 허시 호킨스(클리퍼스), 스테이시 킹(시카고), 펠튼 스펜서(미네소타), 더그 스미스(댈러스), 톰 구글리오타(워싱턴), 칼버트 치니(워싱턴), 샤론 라이트(필라델피아), 브라이언트 리브스(밴쿠버), 앤트완 워커(보스턴), 론 머서(보스턴), 로버트 트레일러(댈러스), 월리 저비악(미네소타), 더마 존슨(애틀랜타), 셰인 배티에(밴쿠버), 다후안 바그너(클리블랜드), 크리스 케이먼(클리퍼스), 조쉬 칠드레스(애틀랜타), 마텔 웹스터(포틀랜드), 브랜든 로이(미네소타), 이젠롄(밀워키), 다닐로 갈리나리(뉴욕), 조니 플린(미네소타), 엑페 우도(골든스테이트), 잔 베이슬리(워싱턴) 등 버드 이후 릴라드 이전까지 6순위 지명사는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다.

2009년 플린 다음에 7순위로 뽑힌 선수는 심지어 스테판 커리다. 물론 일부 이름이 알려진 선수도 있으나 선수 생활을 일찍 마치거나 ‘어 저런 선수도 있었어?’라고 생각할 만큼 무명선수가 대부분이다. 유망주로 꼽히며 스타로서의 길로 나아가던 인물도 보이지만 결국 기대치만큼 해주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저주를 끊어낸 것은 드래프트를 못하기로 유명한 포틀랜드였다. 2012년 당시 포틀랜드는 6픽으로 릴라드를 골라내며 팀 역사상 드물게 순위대비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실제로 당시 선수들을 지금의 결과로 드래프트한다면 릴라드는 앤서니 데이비스와 전체 1순위를 다툴 것이 유력하다.

릴라드는 낭만의 사나이로 불렸다. 우승을 위해 거침없이 팀을 옮겨다니는 스타들에 비해 데뷔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묵묵하게 뛰면서 원클럽맨의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비운의 스타 브랜든 로이를 잃은 포틀랜드 팬들 역시 릴라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릴라드 또한 '포틀랜드에서 우승을 할 수 없다면, 난 기꺼이 우승을 포기하겠다'는 말로 소속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포틀랜드의 심장이라는 말이 괜스레 나온게 아니다. ​

물론 예전보다 적어졌다고는 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가 릴라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3인방은 리그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트리오다. 하지만 그들 같은 경우 파이널 우승을 넘어 왕조를 이룩한 상태인지라 팀을 떠나는 것이 더 이상한 상태다. 실속이든 명예든 현재의 팀에 남는 것이 이익이다. ​

반면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선수들은 원클럽맨을 포기하고 더 좋은 조건 혹은 우승을 향해 여러 팀을 옮겨다니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의 릴라드는 그러한 대열에 참가하지 않았고 그로인해 팬들 사이에서 ‘현시대의 낭만’으로 불렸다. 아쉽게도 이제는 그렇게 부를 수 없게 됐다. 릴라드마저 우승이라는 목적을 위해 다른 팀으로 둥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릴라드는 타팀으로의 트레이드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본인의 커리어에 우승을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가운데 소속팀 포틀랜드가 전력보강에 미온적이었던 이유가 크다. 그대로 있다가는 우승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고 더이상 참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 벅스로 합류했다.

벅스는 릴라드가 우승을 노려보기 충분한 팀이다. 현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30‧211cm)를 필두로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강팀이다. 거기에 릴라드가 가세한지라 시즌 전부터 화룡점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아데토쿤보가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상대 골밑을 맹폭하는 가운데 냉철한 저격수 릴라드가 내외곽을 오가며 지원사격을 한다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원투펀치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둘은 올 시즌 나란히 제몫을 하고 있다. 아데토쿤보는 51경기에서 평균 30.7득점(3위), 6.3어시스트, 11.3리바운드(6위), 1.4스틸, 1.1블록슛으로 이름값을 해내고 있으며 릴라드 또한 49경기를 뛰며 평균 25득점, 6.8어시스트, 4.2리바운드, 1.1스틸로 뒤를 잘 받쳐주고 있다. 다만 전체 승률 1위 보스턴 셀틱스가 워낙 쟁쟁한데다 복병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동부 컨퍼런스 3위에 그치고 있다.

4위 뉴욕 닉스와는 불과 한경기 차이라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어 매경기 살얼음판이다.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밀워키로서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진짜 승부는 플레이오프에서부터다. 밀워키 역시 릴라드의 승부사 기질을 기대하고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했다. 무관의 릴장군이 사슴 군단에서 우승 고지에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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