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슈퍼팀’ KCC의 롤러코스터 레이스, 그 결말은?

입력
2024.02.12 06:00
[점프볼=최창환 기자] 부산 KCC는 KBL 출범 후 가장 먼저 V5를 달성했던 팀이지만, 그들이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2010-2011시즌)을 차지한 이후 어느덧 13년이 흘렀다. 그 사이 ‘KBL 최고의 명가’라는 타이틀은 울산 현대모비스에 넘어갔고, 안양 정관장과 서울 SK라는 신흥 세력도 등장했다.

절치부심한 KCC는 매년 FA대어들을 영입하며 ‘슈퍼팀’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의문부호를 떼지 못했다. 2023-2024시즌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됐으며, 기록은 2월 11일 기준이라는 점을 알립니다.

“아직 ‘동네 슈퍼팀’인데…”


“(송)교창이 돌아오기 전까지 ‘슈퍼팀’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린 아직 ‘동네 슈퍼팀’이다.” 지난해 11월, 전창진 감독이 남긴 자조 섞인 농담이었다. 시즌 초반에 불과했지만, 전창진 감독이 몸을 사렸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KCC는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3승 7패의 부진을 겪었다. KCC가 시즌 초반 10경기에서 3승 이하에 그쳤던 건 2016-2017시즌(2승 8패) 이후 처음이었다. 시즌 개막 직전 열린 KBL 컵에서 우승하며 기대감을 심어줬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밑도는 출발이었다.

시계태엽을 조금만 더 돌려보자. 2022년 오프시즌 FA 협상을 통해 이승현과 허웅을 동시에 영입, 화제를 모았던 KCC는 지난해 5월에도 화끈하게 행보를 이어갔다. 서울 삼성의 가드 이호현과 계약을 체결하며 롤플레이어 가드 1명만 영입한 채 FA시장에서 물러나는 듯 했으나 이번 FA시장 최대어이자 서울 SK의 핵심전력이었던 최준용까지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이미 국가대표를 대거 보유하고 있었던 KCC에 최준용의 가세는 화룡점정이나 다름없었다. 뿐만 아니라 송교창도 제대를 앞둔 터였다. KBL 역사상 유례없는 호화 전력을 구축한 이들에게 한때 NBA에서 유행했던 ‘슈퍼팀’, ‘코리아 이지스’란 별명이 따라붙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다시 정규리그 초반 얘기다. KCC는 초반 5경기를 치르는 동안 3차례나 100실점 이상을 범했다. 지난 시즌에는 100실점 이상이 단 1경기였다는 걸 감안하면, KCC의 수비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라건아와 이승현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파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고, 최준용도 KBL 컵에서 입은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함께하지 못했다.

정상 전력을 가동할 수 없으니 경기력이 기대치를 밑도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규섭 SPOTV 해설위원은 “최준용을 영입하며 최고의 전력을 꾸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대표팀 차출과 부상 여파가 있었다. 사실상 KBL 컵에서 처음 모여 연습하며 경기를 치른 거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시즌 초반에는 수비, 조직력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2연패 중이던 11월 12일, 최준용이 고양 소노와의 경기를 통해 돌아왔지만 당장 큰 효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KCC는 최준용이 돌아온 이후에도 4연패에 빠지는 등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 송교창의 신고식도 미뤄졌다. 송교창은 대표팀에서 치렀던 서울 삼성과의 연습경기 도중 차민석과 충돌, 후방 십자인대가 손상돼 기약 없는 재활을 거치고 있었다.

KCC는 이 와중에 11월 25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샘조세프 벨란겔에게 커리어하이인 30점을 허용하며 81-96,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1승 12패 중이던 최하위 가스공사에 올 시즌 2번째 승리를 헌납한 팀이 된 KCC를 향해 “플레이오프도 어려운 것 아냐?”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진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정상 가동된 ‘슈퍼팀’의 화력, 이렇게 무섭습니다


KCC는 12월 들어 반격을 개시했다. 12월 2일 SK, 4일 서울 삼성을 상대로 시즌 첫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전환하더니 12월 12일 가스공사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2월 25일 열린 가스공사와의 리턴 매치에 이르기까지 7연승, 단숨에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11월까지 12경기에서 4승 8패 평균 88실점했던 KCC는 12월 11경기에서 9승 2패 82.1실점했고, 순위도 8위에서 5위까지 끌어올렸다.

KCC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외국선수 활용도였다. KBL 컵 MVP로 선정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시즌에 돌입하니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알리제 드숀 존슨을 대신해 라건아에게 1옵션을 맡겼다. 2라운드까지 평균 10.3점 6.3리바운드에 그쳤던 라건아는 3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18.2점 10.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CC의 반격을 이끌었다.

“깊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 마음속에 있었던 걸 모두 얘기했고, 이를 통해 사소한 부분에서 오해가 쌓였던 것도 풀었다. 발전적인 대화를 나눈 후 (라)건아의 골밑장악력이 살아나니 국내선수들도 더욱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7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건아였다.” 전창진 감독의 말이다.

이규섭 해설위원 역시 “KCC는 경기가 잘 풀릴 때, 안 풀릴 때 에너지 레벨의 차이가 큰 팀인데 외국선수의 경쟁력이 밀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인 경기력의 안정감도 떨어졌다. 라건아의 경기력이 살아나자 KCC도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라고 견해를 남겼다.

송교창의 경기력이 안정감을 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예상보다 빨리 복귀(11월 25일)한 송교창은 복귀 직후 4경기 평균 6.3점에 그쳤지만, 12월 들어 혈이 뚫렸다. 12월 3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6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하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속공 가담이 가능한 장신 포워드 2명(송교창, 최준용)을 함께 가동한 KCC의 화력은 역시 위력적이었다. KCC는 평균 5.1개의 속공을 기록했으며, 이는 서울 SK와 원주 DB에 이어 3위다.

허웅을 교체멤버로 활용, 후반까지 화력을 유지한 것도 7연승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출전시간(선발 31분 1초, 교체 29분 40초)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KCC는 허웅이 선발 출전한 17경기에서 8승 9패를 기록한 반면, 교체 출전한 12경기에서는 8승 4패를 기록했다. 허웅의 4쿼터 득점(선발 2.5점, 교체 4.8점) 역시 차이가 컸다. 7연승을 하는 동안 모두 교체멤버로 출전했던 허웅은 이에 대해 “감독님이 결정하는 부분에 대해선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직 수비가 탄탄하지 않은 KCC에 ‘재능러’들을 앞세운 공격력은 가장 위협적인 무기이자 승리 확률을 높이는 공식이 됐다. KCC는 90점 이상을 기록한 17경기에서 14승 3패 승률 .823를 기록했다. 80~89점 시에는 10경기 3승 9패, 79점 이하 시에는 9경기 4승 5패다.

방패로 때리는 SK와의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맞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90점을 기록한 화력에 있었다. SK는 KCC를 만나기 전 12연승 기간 동안 80실점 이상을 한 번도 기록한 적이 없는 팀이었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올스타 브레이크 전 SK와의 경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KCC가 지닌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완전체 전력이 됐을 때 얼마나 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라고 말했다.



‘두목호랑이’의 침묵


현 시점까지 단 한 차례만 언급된 선수가 있다. ‘두목호랑이’ 이승현이다.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매 시즌 평균 3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소화했던 이승현이지만, 올 시즌은 38경기 평균 21분 26초에 그쳤다. 11월 27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데뷔 후 가장 적은 3분 55초만 뛰었다. 두 자리 득점이 4차례에 그치는 등 5.4점 3.2리바운드 역시 데뷔 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야투율도 39.8%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대표팀에 다녀온 후 호흡을 많이 못 맞춘 상태에서 시즌이 시작돼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슛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상대 팀도 더 외국선수 수비에 집중하게 된다”라는 게 전창진 감독의 견해다.

데뷔 후 처음으로 맞이한 터널인 만큼, 이승현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승현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출전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도 하고, 방법도 찾아봤지만 결국 내려놓는 게 정답이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찾는 게 먼저다. 나 스스로 경기가 안 풀린다고 시무룩하게 있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결국 KCC가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선 이승현의 부활이 필요하다. 전창진 감독은 “(송)교창이와 (최)준용이가 꾸준히 30분을 뛸 수 없기 때문에 (이)승현이는 당연히 팀에 필요한 선수다. 태업 같은 것도 하지 않는다.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고, 수비와 리바운드는 여전히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동환 루키 기자 역시 “KCC의 후반기 키플레이어는 이승현이라고 본다. 정상 컨디션의 이승현은 수비에서 정말 무서운 선수다.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존슨과 라건아의 수비 약점이 더 안정적으로 가려질 것이다. 더불어 상대 팀들이 이승현을 버리는 식의 팀 수비를 많이 가지고 오는데, 이승현의 점퍼 생산력이 정상화되면 KCC의 공격을 막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본다. 이승현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전망했다.



롤러코스터, 이젠 SK 아닌 KCC


한때 롤러코스터는 SK에 따라붙는 꼬리표였지만, 올 시즌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팀은 KCC다. 3라운드 중반 7연승하며 하위권에서 벗어났지만, 38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KCC의 행보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KCC는 7연승 후 이틀 간격을 두고 치른 수원 KT와의 원정 2연전에서 모두 패하는 등 3연패에 빠져 다시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후 3연승하며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한 것도 잠시, 최준용이 부상으로 이탈해 다시 ‘슈퍼팀’이라는 별명을 접어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동환 기자는 “기대 이하인 것은 분명하다. 어쨌든 국가대표급 국내선수 3명에 존슨, 라건아로 이어지는 탄탄한 외국선수 전력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뚜껑을 열어보니 변수가 꽤 있었다. 일단 최준용이 부상으로 정상적인 몸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고 상무에서 돌아온 송교창 역시 부상 여파가 있었다. 존슨은 공수 양면에서 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컵 대회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실질적으로는 허웅-이승현-라건아를 중심으로 운영했던 지난 시즌과 초반 전력은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인데, 여기에 이승현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하위권을 맴돌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사실상 4강 직행이 멀어진 만큼, KCC로선 남은 정규리그에서 얼마나 내실을 다지고 플레이오프를 맞이하느냐가 중요하다. 시즌 초중반에 문제점이 노출되긴 했지만, 선수 구성을 봤을 때 상대 팀에게 KCC는 분명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기 싫은 팀’이기 때문이다. KCC는 6강, 4강에 절대 만족할 수 없는 팀이다.

“컵대회와 비교하면 존슨이 기대에 비해 1/3도 못 보여주고 있다. 속공능력은 있지만 수비, 림 프로텍터 능력이 떨어진다. 라건아는 높이의 한계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본인보다 힘이 세거나 키가 큰 선수를 상대로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라고 운을 뗀 이규섭 해설위원은 “하지만 도전하는 여정 자체는 굉장한 관심을 받게 될 팀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에 완전체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규리그 순위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플레이오프에 오른다면 KCC가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팀이라는 건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슈퍼팀’의 만능열쇠, 그리고 결말은?


결국 SK 시절에도 그랬듯, 열쇠는 최준용이 쥐고 있다. 1번이라는 약점을 최소화하는 것도, ‘슈퍼팀’의 다른 조각들이 부진할 때 메워주는 것도 최준용이 해결사로 나서줘야 가능한 일이다. KCC가 최준용을 영입한 가장 큰 배경이기도 하다.

이동환 기자는 “존슨의 적응도가 기대에 너무 못 미친다. 존슨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라건아를 메인 외국선수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때 결국 중요한 것은 최준용, 이승현의 수비다. 특히 최준용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수비의 위력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만 해소되면 공격은 속도전으로 어렵지 않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수비를 더 탄탄하게 잡고 최대 강점인 속도전으로 득점을 쉽게 쌓는 게 KCC가 그릴 수 있는 최고의 그림이 아닐까”라고 전망했다.

이규섭 해설위원 역시 “결국 최준용이다. 야투율(39.3%)이 떨어지지만, 단기전에서는 이 기록의 의미가 줄어든다. 최준용의 코스트 투 코스트 능력은 가드들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좋다. KCC의 속공이 지난 시즌(3.5개)보다 많아진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이규섭 해설위원이 KCC의 야투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KCC는 앞선을 제외하면 포지션별로 확실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전에서 이 부분을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선 야투 시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많은 공격권을 가져가야 위력이 극대화되는 팀인데 4라운드까지 야투 시도(67.9개)가 8위에 불과하했다. DB(68.3개, 7위)도 시도가 적었지만, 이 팀은 성공률(50.3%)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달리는 농구를 해야 야투 시도가 더 많아질 수 있는 만큼, 속공 전개 능력을 겸비한 최준용이 이 부분에서 KCC의 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L에서도, NBA에서도 ‘슈퍼팀’이 우승을 달성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화려한 선수층을 구성하면 벤치 전력은 그만큼 얇아지고, 에이스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미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산 우리은행이 2022년 FA 시장에서 최대어 김단비를 영입할 때 보호선수에서 김소니아를 제외한 이유이기도 했다.

라건아 역시 “우리 팀은 멤버 구성만 봤을 땐 우승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모비스는 대부분의 선수를 드래프트에서 직접 선발해 다 함께 성장하며 우승을 했다. 우리 팀은 반대로 대부분이 FA로 합류해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7연승 후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데 이 부분부터 보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늘 윈나우를 지향해왔던 KCC는 롤러코스터의 끝자락을 맞이할 때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을까. 올 시즌 최종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슈퍼팀’ KCC는 후반기에도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팀이 될 것이다.

#사진_문복주 기자, 점프볼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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