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오는 15일 아스날과의 2024-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북런던 더비’를 앞둔 이번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의 징계 관련 인터뷰도 진행됐다. 벤탄쿠르는 현재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인종차별 문제로 규정 위반 기소됐다.
FA는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 사건은 국가, 인종, 민족에 대한 언급이 있기에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고 전했다.
벤탄쿠르는 과거 우루과이 TV 방송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질문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고 답했다.
가볍게 보기 힘든 발언이었다. 동양인의 외모에 대한 비하로 볼 수 있었다. 이후 벤탄쿠르의 SNS에는 이를 비판, 비난하는 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벤탄쿠르는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매우 좋지 못한 농담이었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 거야, 너를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야. 사랑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문제는 벤탄쿠르가 손흥민의 애칭 ‘쏘니’를 sonny가 아닌 sony로 적는 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 팬은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의 대표 문구인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을 언급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역시 이 문구를 패치로 만들어 부착, 인종차별 반대에 앞장섰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이미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걸 알고 있으며 사과도 했다. 공격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이며 이로 인해 바뀌는 것도 없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며 우리는 하나다.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한 팀으로서 싸울 것”이라고 답했다.
벤탄쿠르의 무지한 행동만큼 더 충격적이었던 건 토트넘의 이후 대처였다. 자신들의 에이스가 인종차별 관련 문제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공식 입장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조용하던 토트넘은 손흥민이 공식 입장을 드러내자 곧바로 공식 SNS를 통해 공유, 구단 입장도 밝혔다.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 그리고 이후 공개 사과, 클럽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여기에 다양성, 평등, 포용 목표 등 모든 선수를 위한 추가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며 “우리의 캡틴 손흥민이 이번 사건에서 선을 그었다고 느끼고 앞으로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양하고 세계적인 팬들과 선수들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클럽, 경기, 또는 더 넓은 사회 내부에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마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벤탄쿠르를 감싸 안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러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이 문제에 대해 대화했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했다. 벤탄쿠르는 이미 사과했고 손흥민도 받아들였다. 우리 모두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 대한 영향력을 알고 있다. 항상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우리 모두 실수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징계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관대한 사회를 이야기하면 벤탄쿠르가 저지른 것처럼 실수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속죄하고 배울 수 있다”며 “우리는 벤탄쿠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훌륭한 선수이며 환상적인 팀 동료다. 물론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대신 속죄할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고 바라봤다.
벤탄쿠르의 징계에 대해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 리그가 전체적으로 살펴볼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 지금은 지켜봐야 한다. 벤탄쿠르의 징계가 어떤 영향을 줄지 잘 알고 있다. 일단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벤탄쿠르는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 최소 6경기에서 최대 1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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