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블랑 감독이 실수에도 불구하고 잡아낸 경기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이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3-1(25-22, 25-20, 19-25, 25-20)로 꺾고 7연승을 내달렸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허수봉 쌍포가 제대로 날아올랐고, 정태준의 날선 블로킹 감각도 이어지며 낙승을 거뒀다.
승장 필립 블랑 감독은 “우리의 리시브도 흔들렸지만, 상대의 리시브 라인도 우리의 서브로 흔들었다. 그래서 이겨낼 수 있었다. 1세트 이후로는 양 팀 다 이상한 배구를 한 것 같다. 각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배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컵대회 때는 고비가 오면 그냥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선수들은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요령을 얻은 것 같아서 긍정적이다. 전광인이 4세트에 들어가고 허수봉이 아포짓에 들어가는 전술을 통해 또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긍정적”이라고 경기를 돌아보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날 덩신펑(등록명 신펑)은 2세트 막바지에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코트에서 빠져나가기도 했다. 블랑 감독은 “의무팀에서 간단한 체크를 했는데 이번 경기를 끝까지 뛰는 건 어렵다는 판단이 나와서 경기에서 뺐다. 우선 하루 이틀 정도는 지켜보면서 통증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큰일이 아니길 바란다”고 부상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이날 레오와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는 코트를 사이에 두고 도발과 조롱에 대한 갈등을 폭발시키면서 나란히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블랑 감독은 “두 선수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지금도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배구를 하러 온 사람들이니 배구에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저 레드카드를 한 장씩 받고 넘어간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는 이야기 정도를 들려줬다.
끝으로 블랑 감독은 이날 1세트에 레오 대신 전광인이 선발로 나왔다가 세트가 시작되자마자 교체된 장면에 대해 “의도된 사항은 아니다. 선수명을 기입하다가 실수가 나왔다”며 멋쩍은 표정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묘수가 아닌 실수가 나왔음에도 승리를 거둔 블랑 감독이었다.
우리카드는 연패에 빠지며 침체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두산 니콜리치(등록명 니콜리치)의 부진이 뼈아팠다. 오른쪽에서 제대로 된 공격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서 팀 전체 공격에 과부하를 가져오는 상황을 만들었다. 알리 역시 레오와의 트러블이 생긴 뒤 평정심을 약간 잃은 듯 흔들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패장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투쟁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1~3세트에 우리의 블로킹 시스템은 잘 가동됐다. 레오와 허수봉의 공격도 잘 막았다. 선수들의 태도와 자세에 만족스럽다”며 먼저 만족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후 파에스 감독은 패인도 짚었다. 그는 “상대는 서브를 잘 때렸고, 우리는 블로킹과 수비로 받아치는 그림이었다. 다만 서로 아포짓 없이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을 활용해 경기를 풀 수 있었다. 이강원이 못했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이강원은 잘해줬다. 다만 팔꿈치 부상 때문에 100%를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은 분명 아쉽다”는 설명을 내놨다.
끝으로 파에스 감독은 니콜리치의 두 경기 연속 부진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그는 “시즌 중에 팀에 합류하게 되면 동료들과의 호흡이나 리그의 리듬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니콜리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도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 중요할 것 같다. 그때가 사실상 유일한 여유 시간이기 때문이다. 니콜리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면서 적응을 돕겠다”며 니콜리치를 감쌌다.
사진_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