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17일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2024~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가 열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2세트 도중 고희진 정관장 감독과 흥국생명 코치진 사이에서 갑자기 고성이 오갔다.
상황은 이랬다. 19-17 정관장이 앞선 상황에서 고희진 감독과 심판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다니엘 레 투리노 흥국생명 수석 코치가 정관장의 진영 쪽으로 넘어와 항의하는 듯한 액션을 취한 것. 화면 상으로 봤을 땐 고희진 감독을 향해 허리를 숙여 항의한 것처럼 보였다. 흥국생명 코치가 달려와 투리노 코치를 저지했고, 고희진 감독이 황당해 하는 표정을 짓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를 통해 포착됐다.
경기 후 고희진 감독에게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승리 기자회견에 함박웃음을 짓던 고 감독은 해당 질문이 나오자 표정을 굳힌 뒤, "그 얘기는 하기 싫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고 감독은 "연맹이나 구단(흥국생명)이 알아서 할 것"이라면서도 "그런 일은 안 일어나야 한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이지 코칭스태프가 (경기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선수들이 경기로 빛날 수 있게끔 해줬으면 하는 게 감독으로서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어떤 상황 때문에 벌어진 일일까.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앞선 상황(14-16)에서 이고은의 오픈 후위공격자 반칙도 있었고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코치도 흥분했던 것 같다"라며 "코치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니 당황해 하면서 조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굉장히 미안해 하더라"고 전했다. 코치와 구단 모두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편, 승부는 정관장의 세트 스코어 3-1(25-22, 25-23, 14-25, 25-22) 승리로 끝이 났다. 이날 승리로 정관장은 5연승 행진을 달렸고, 흥국생명의 개막 14연승 무패 행진을 끊어내며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고희진 감독은 "전술대로 잘 따라준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고 대견했다"라고 총평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우리 배구를 잘 못했다"라면서도 "14연승이라는 기록은 쉽지 않은 기록이다. 선수들은 충분히 잘해줬고, 오늘 경기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싸웠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천=윤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