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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바닥을 찍더라도.”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은 구단 2번째 통합우승을 일군 2023∼2024시즌을 마치고 한때 고민에 휩싸였다. 국가대표 미들블로커이자 팀 핵심 멤버인 이다현의 해외진출 도전 때문이었다. 선수의 도전 의사를 존중한 현대건설은 요청을 수용하고 ‘이다현 없는’ 판짜기에 나섰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얽히고설킨 끝에 올해 해외진출은 무산됐다. 현대건설로 돌아와 새 시즌 준비에 열을 올리는 이다현은 또 한 번의 멋진 시즌을 만들고, 다시 한번 해외리그를 노크하려 한다.
구단 하계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전라남도 무안에서 만난 이다현은 “국내에서 잘되고 있어서라든가 V리그에서 톱을 찍어서 나가려는 게 아니다. 너무 부족해서 나가려 한다. 자존감이 바닥을 찍더라도 나가고 싶었다. 어려서부터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발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며 해외진출을 결심했던 계기를 전했다.
세대교체 중심에 서서 겪은 지난 4번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던 게 결정이었다. 그는 “VNL 긴 연패를 할 때, (해외진출에) 딱 꽂혔다. 언니들이 은퇴하고 밑바닥이 다 드러나면서 ‘언니들만큼 죽기살기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 V리그가 달려있기에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뭐라도 방법을 찾다가 떠올린 게 해외진출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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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그에서 오퍼는 들어왔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계약시기의 차이가 가장 컸다. 외국은 10월까지가 계약 마감 기한이었지만, V리그는 6월 안에 계약을 마쳐야했다. 저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6월 전에 해외진출의 명확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자칫 미계약으로 팀을 찾지 못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었다. 결국 구단과 상의 끝에 안전하게 1년 더 뛰고 다시 도전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포기는 없다. “올해는 이렇게 됐지만, 언제든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또 시도할 것”이라며 다시 남다른 의지를 다진다. 이어 “내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데, FA 계약은 시즌 끝나고 보통 4월 안에 계약을 해야 해서 시간 격차는 더 벌어진다. 상황이 더 복잡해지지만, 계속 도전하겠다. 올해는 무조건 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식으로 넓게 보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일단 국내 잔류를 택한 만큼 다가올 시즌 준비에 온 초점을 맞춘다. 그는 “이렇게 다시 돌아왔지만, 현대건설에 너무 좋은 팀원들이 있기에 미련 없이 남을 수 있었다”며 “인생을 많이 배우고 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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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