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차차선책, 성급한 선임은 불만과 불신만 초래한다

입력
2024.07.02 08:22
수정
2024.07.02 08:22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남자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가능한 한 빠르게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10일 안에 감독 선임이 이뤄질 수도 있다. 4명으로 알려진 최종 후보군과 접촉을 위해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다.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중도 사퇴로 인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생긴 공백을 빨리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팬들의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삐걱거리며 ‘연명한’ 감독 선임 작업을 마치 시간에 쫓기듯 마무리하는 게 맞을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누가 후보인지, 최종 후보자가 몇 명인지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함구하고 있다. 언론 보도, 자체 취재에 따르면 홍명보 울산 HD 감독, 그레이엄 아널드(호주) 호주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이 최종 후보군에 올랐거나 협회 내부에서 강하게 지지한 후보들이다. 아널드 감독은 협회는 계속 밀었지만 정해성 위원장은 조기 탈락시킨 인물이다.

이전까지 강화위원회와 협회가 보인 행보도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재임 중인 홍명보 감독을 빼내오고 싶은 협회 뜻은 울산 뿐만 아니라 K리그 팬들 심기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현재 호주, 이라크 감독인 아널드, 카사스를 데려오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호주, 이라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2026년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에 나가느냐, 못나가느냐가 걸린 중대한 시기에 상대 감독을 빼내오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에도 부합하지 않고 도의상에도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거스 포옛(우루과이)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독일) 전 노리치시티 감독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둘 모두 2024년 지휘봉을 내려놓아 현재 무직이다. 이들의 몸값이 만만치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공산이 적잖다. 지금까지 협회가 추천받는 후보들은 대부분 에이전트들이 제안한 인물들이다. 무직인 감독도 있지만 현직인 감독도 있다. 현직 감독이 지금 맡은 팀을 바로 그만두고 한국으로 올 수 있을까. 에이전트들은 “교감은 있고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확실하지 않은 말을 믿고 낙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음에 쏙 드는 적임자가 없는 데다, 차선책으로 거론되는 인물들마저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은 9월 시작된다. 한국은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첫 경기는 9월 5일 팔레스타인전(홈), 다음 경기는 10일 오만전(원정)이다. 앞으로 2개월 정도 시간이 남았다. 지금이라도 감독 선임 시기를 7월말까지 미루는 게 어떨까. 협회가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숨겨진 좋은 지도자를 발품을 팔아 찾아봐야하지 않을까.

지금 바로 뽑아도 차선책 또는 차차선책이다. 한 달 더 찾아봐도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달이라도 협회가 정말 열심히 후보군을 찾는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금이라도 한국에 맞는 지도자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적임자를 찾지 못해도 그래야 지금까지 너무 많이 잃은 팬들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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