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음주를 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김광현(SSG 랜더스)과 이용찬(NC 다이노스), 정철원(두산 베어스)이 사회봉사 및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국가대표 자격정지, KBO리그 출전정지 등에 관한 징계는 없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빌딩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WBC 국가대표 음주 논란을 일으킨 3명의 선수에 대해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징계를 결정했다.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3월7일과 WBC 일본전 종료 직후인 11일, 2차례 유흥주점을 방문한 김광현은 사회봉사 80시간 및 제재금 500만원 징계를 받았다. 11일 김광현과 동석한 정철원, 같은 날 지인과 같은 유흥주점을 찾은 이용찬은 각각 사회봉사 40시간, 제재금 300만원 징계가 내려졌다.

KBO는 최근 한 유투브와 매체를 통해 이번 대표팀 선수의 음주 논란이 제기된 뒤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선수들은 경위서를 제출하고 대면 조사를 했다. 이들이 출입한 것으로 알려진 유흥업소에도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그 결과 대회 공식 기간 김광현이 2차례, 정철원과 이용찬이 1차례 음주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다만 세 선수가 경기일 전날 밤에는 음주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BO는 최종적으로 상벌위원회 개최를 결정했고, 이날 품위를 손상시킨 KBO리그 소속 선수 3명에게 사회봉사 및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KBO는 규약 제151조에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실격 처분, 직무 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KBO는 3명의 선수에게 KBO리그 출전정지, 국가대표 자격 정지 등에 대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징계의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0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도중 음주 파문을 일으킨 선수 4명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을 내린 바 있다.

KBO는 "상벌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놓고 KBO리그 출전정지, 국가대표 자격 정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도 했다"면서도 "사회봉사 징계도 충분히 무겁다고 판단했다. 80시간과 40시간은 이전 징계와 비해 매우 긴 시간이다. 현실적으로 선수들에게 체감해서 적용될 수 있는 징계를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광현과 이용찬, 정철원은 1군 엔트리 등록 가능 시점부터 KBO리그 경기에 뛸 수 있게 됐다. 김광현은 1일, 이용찬과 정철원은 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김광현은 11일, 이용찬과 정철원은 12일부터 1군 복귀가 가능하다.

또한 국가대표로 계속 뛸 길도 열렸다. 김광현이 이번 WBC를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했고 이용찬이 30대 중반으로 더는 태극마크를 달기 어렵지만, 1999년생인 정철원은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음주 파문이 일어난 뒤 들끓은 여론을 고려하면 징계 수위가 적절한 지에 대해선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집 기간 음주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발목을 잡은 꼴이다. 이번 상벌위원회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음주가 범법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물의로 봐야 하냐'면서 '법리적으로 해당 선수들을 처벌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KBO는 대표팀 선수단 관리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대표 운영 규정을 보다 세분화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