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시드니(호주), 이상학 기자] 전년도 도루왕도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외야 한 자리가 내야만큼 ‘전쟁터’가 됐다.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 차려진 두산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뜨거운 날씨만큼 후끈 달아올랐다.
두산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유격수 김재호가 은퇴하고, 3루수 허경민이 KT로 FA 이적하면서 주전 두 자리가 비었다. 강승호가 2루에서 3루로 옮긴 가운데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유격수, 2루수 두고 이유찬, 박지훈, 오명진, 여동건, 임종성, 박준순 등 젊은 내야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다.
4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야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승엽 두산 감독은 “강승호가 3루로 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강승호는 2025년 기본적으로 3루수다. 3루 수비에 크게 무리가 없다”며 유격수, 2루수 경쟁 구도에 대해 “지금으로선 전혀 판단할 수 없다. 연습하는 걸로 봐선 다들 능력이 되는 것 같은데 경기에서 변화구 대응이나 150km 이상 나오는 공에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 지금은 자리가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내야만큼 외야 한 자리도 치열한 경쟁 공간이 됐다. 중견수 정수빈과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가 코너 한 자리를 ‘찜’한 가운데 남은 외야 한 곳의 주인이 뚜렷하지 않다. 지명타자 타석을 양의지와 나눠 갖게 될 김재환이 올 시즌 수비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 외야수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OSEN=박준형 기자] 두산 조수행. 2024.05.28 / soul1014@osen.co.kr](https://static-cdn.sporki.com/news/osen/20252/2550136/c_202502041545773753_67a1bae7e5fbb.jpg)
![[OSEN=조은정 기자] 2024시즌 도루상을 수상한 두산 조수행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4.11.26 /cej@osen.co.kr](https://static-cdn.sporki.com/news/osen/20252/2550136/c_202502041545773753_67a1bae873db2.jpg)
지난해 좌익수(52경기), 우익수(30경기), 중견수(11경기)로 총 93경기를 선발 출장한 ‘도루왕’ 조수행(32)도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지난해 130경기 타율 2할6푼5리(328타수 87안타) 30타점 60득점을 기록하며 64개의 도루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며 연봉도 95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단숨에 1억500만원이나 올랐다. 연봉 인상률 110.5%.
그런데 올해는 다시 경쟁 선상에 놓여있다. 그만큼 두산 외야수 자원이 많아졌다. 지난해 11월 3대2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서 받은 김민석과 추재현이 외야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2023년 롯데 1라운드 지명자(전체 3순위) 김민석은 데뷔 첫 해부터 고졸 신인 역대 8번째 100안타(102개) 시즌을 보내면서 남다른 컨택 능력을 뽐냈다. 지난해 내복사근 부상 여파 속에 1군 41경기 출장에 그치면서 주춤했지만 아직 21세에 불과하고, 가능성은 무한대다.
김민석과 함께 롯데에서 넘어온 추재현도 퓨처스리그 7시즌 통산 타율 3할대(.304)로 타격에 소질이 있는 선수다. 2019년 1차 지명자로 장타력을 갖춘 김대한은 지난겨울 미국에 있는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의 개인 타격 아카데미를 다녀왔고, 발 빠른 2년차 전다민까지 경쟁 선상에 뛰어들었다.

이승엽 감독은 “김대한이 좋아졌고, 김민석과 추재현도 왔다. 전다민도 굉장히 좋아졌다”며 “지난 시즌을 마치고 수행이한테 ‘어쩔 수 없이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워낙 수비가 좋고, 도루 능력이 되기 때문에 정확도를 조금만 높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수행이가 자리를 잡아주면 좋은데 타율을 올려야 한다. 본인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수행이 포함 외야 한 자리가 치열하다”고 말했다.
만약 누군가 새로운 주전으로 튀어나오더라도 조수행은 스페셜 리스트로도 1군에서의 쓰임새가 확실하다. 이 감독은 “수행이가 먼저 나가지 않더라도 뒤에 있으면 언제 대주자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상대팀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면서도 “외야수들이 많지만 여기서 조금 더 튀어나와야 한다. 경쟁하는 선수들이 비슷비슷하면 (감독이) 선택하기 굉장히 힘들어진다. 살아남기 위해선 조금 더 남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없을 수 있다.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더 해야 한다. 미친듯이 해야 한다. 실력 이외에 감독, 코치 눈에 띄는 특기가 있어야 한다”며 남은 캠프 기간 자신만의 무기를 발산하길 바랐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