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 45개 치겠다.”
패트릭 위즈덤(34, KIA 타이거즈)은 양파남이다. 매력이 까도까도 끝없이 나온다. 2024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로베르토 클레멘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돼 곽도규로부터 “제일 멋있는 선수”라는 얘기를 들었다. 기부왕, 봉사왕이다. 마음부터 따뜻한 선수다.

아울러 위즈덤은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제임스 네일을 통해 KBO리그와 KIA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본인이 KIA 타이거즈를 검색하니 온통 ‘삐끼삐끼’였다고 웃었다. 그 삐끼삐끼 댄스를 알고 있고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와의 인터뷰서 삐끼삐기 댄스를 가볍게 추기도 했다.
이우성에겐 “몸 살벌하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메이저리그 88홈런 클래스가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다. 팀 내 웨이트트레이닝 최강자 나성범에게도 밀리지 않는 웨이트트레이닝 실력을 보여줬다. 이렇듯 소위 말하는 ‘재밌는 선수’다.
그런데 역시 야구를 잘해야 더 멋있어 보이는 법이다. KIA가 위즈덤에게 원하는 건 결국 장타다. 1루수 고민을 해결하는 측면도 있지만, 장타로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만 해줘도 KIA의 통합 2연패로 가는 길은 수월해진다.
KBS N 스포츠는 3일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박용택 해설위원과 위즈덤의 미니 인터뷰를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담은 듯하다. 위즈덤은 KIA와의 계약을 두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KIA가 작년 우승팀이라는 점이 사실 가장 큰 이유이고, 앞으로 경험하게 될 한국문화와 야구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네일의 조언에 대해 위즈덤은 “광주 그리고 KBO리그에 대해 얘기를 해줘서 결정하기가 쉬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용택 해설위원이 재치 있게 홈런 목표를 꺼냈다. 정확한 수치를 원했다. 그러자 위즈덤은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박용택 위원이 웃으며 “내가 생각하는 건 40개?”라고 하자 위즈덤도 웃으며 “OK, 한번 해보겠다”라고 했다. 그런데 통역 직원이 한술 더 떴다. “등번호는 어떤가? 45개?”라고 했다. 그러자 위즈덤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등번호 45번을 보여줬다. “오, 좋다”라고 했다. 그렇게 위즈덤의 올 시즌 홈런 목표개수는 45개가 됐다.
45홈런이면 어느 시즌이든 홈런왕을 노려볼 만하다. 타고투저였던 2024시즌에는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이 46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 위즈덤은 데이비슨과 불꽃 튀는 홈런 레이스를 펼칠 유력한 후보다.
두 사람은 타격 스타일이 흡사하다. 미국에선 전형적인 공갈포였다. 그러나 데이비슨은 3할 타율에 홈런왕을 따냈다. 위즈덤이라고 못 할 게 없다. 메이저리그보다 느린 KBO리그 패스트볼에 맞춰 공을 좀 더 오래 보면, 자연스럽게 변화구를 골라낼 여유도 생길 것이라는 게 이범호 감독의 전망이다. 정타 비율만 확보하면 홈런은 시간문제다.
역대 타이거즈 홈런왕은 1982년 22홈런의 김봉연, 1986년 21홈런의 김봉연, 19988년 30홈런의 김성한, 1989년 26홈런의 김성한, 2009년 36홈런의 김상현이 전부다. 위즈덤이 김상현 이후 16년만에 타이거즈 홈런왕에 도전한다.

아울러 1999년 트레이시 샌더스의 40홈런이 타이거즈 한 시즌 최다홈런이다. 위즈덤이 올해 진짜 45홈런을 치면 샌더스를 넘어 타이거즈 한 시즌 최다홈런타자가 된다. 데이비슨과의 레이스도 볼거리지만, 김도영과의 선의의 경쟁, 시너지 역시 체크포인트다. 김도영과 위즈덤이 나란히 40홈런을 치면 KIA는 역대 최초로 40홈런 듀오를 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