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리그의 ‘팜’인가, 이상한 행보와 ‘샐러리캡 하한제’ 필요성

입력
2024.12.20 13:01


키움 히어로즈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방출선수 4명을 영입했다. 강진성, 김동엽, 장필준에 오선진까지 데려왔다. 강진성, 김동엽의 연봉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장필준, 오선진의 4000만원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봉 4000만원은 KBO리그 1군 최저연봉 5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최주환과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2+1+1 최대 12억원으로 포장됐지만, 보장금액은 2년간 6억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변수가 있다. KBO리그에는 ‘고액 선수 2군 감액 규정’이라는 악법이 존재한다. 기준이 3억원이어서, 최주환이 딱 걸린다. 최주환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갈 경우 연봉의 50%가 1군 말소 날짜에 따라 계산된다.

포수 김재현과 6년 10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했는데, 이 역시 보장금액은 연봉 1억원씩 6억원이다. 2024년 KBO리그의 평균 연봉(신인, 외국인 제외)은 1억5495만원이었다.

키움의 ‘긴축 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KBO리그의 구조가 아직 흑자 전환이 요원한 상황이고, 다른 구단과 달리 모기업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허용’되는 측면이 있지만, 키움의 이어지는 행보는 자칫 리그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실상, 나머지 9개구단의 팜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키움은 19일 조상우를 KIA에 트레이드 했다. FA를 1년 앞둔 핵심 전력 선수를 현금 10억원, 신인 지명권 2장(1라운드, 4라운드)과 바꿨다. 시즌 중에도 성장 가능성 높은 주전 유격수 김휘집을 NC에 트레이드 했다. 마찬가지로 지명권 2장(1라운드, 3라운드)과 바꿨다. 시즌 전에는 주전 포수 이지영을 SSG에 보내면서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검증된 외국인 선수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도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고, 새 외인 선수들과 계약했다. ‘탱킹’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보가 이어진다. 구단 역시 이런 움직임에 대해 “비난 받을 각오를 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팀 전력 강화 방안에 대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는다. 막연하게 출전 기회를 늘리는 것만으로 팀 전력 또는 선수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팀이 증명했다.

KBO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4시즌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에서 키움은 56억7876만원을 기록했다. 가장 많았던 LG의 138억5616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41% 수준이었다. 바로 위 NC의 94억7275만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합리적 경영’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KBO리그 전체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O리그 연봉 조정 제도는 그 자체로도 유명무실하지만, 과거 판례에는 ‘다른 구단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내려진 바 있다. 이대로라면 키움 선수들은 ‘구단 사정’ 참작 판례에 따라 연봉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단한 드래프트 제도가 유지되고, FA 자격의 허들이 그 어떤 리그보다 높은 KBO리그 현실을 감안하면 특정 구단의 심각한 ‘긴축’은 선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사실상 다른 9개구단 (또는 메이저리그)의 팜 역할로 비춰질 수 있는 트레이드는 리그 균형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

히어로즈가 창단 후 구단 ‘네이밍권리’를 팔고 각종 스폰서 유치 등을 통해 리그에 참가해 팀을 운영할 수 있는 건, 히어로즈가 ‘네이밍권리’를 팔 수 있는 사실상의 독점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9개 구단 중 한 구단이라도 ‘히어로즈 경영 방식’을 따라한다면, 현재 키움에 팔고 있는 ‘네이밍권리’의 가치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쟁이 벌어지는 순간 ‘네이밍권리’를 두고 벌이는 협상의 ‘레버리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 나머지 9개구단의 운영방식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9개구단의 운영방식 덕분에 히어로즈의 현재 구단 운영 방식이 가능한 것도 사실에 가깝다.

히어로즈의 지나친 ‘탱킹’이 계속된다면, 리그 차원의 샐러리캡 하한제 도입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는 지난 2021년 CBA 협상 때 샐러리캡 하한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모든 구단이 연봉을 최소 1억달러 이상 쓰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치세와 마찬가지로 연봉 하한선을 채우지 못하면 차액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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