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신축 야구장과 함께 맞이하는 창단 40주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5년을 대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기나긴 암흑기 끝내고 신축 구장에서 새 유니폼과 함께 새출발을 한다.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유니폼에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한화는 지난 12일 내년 시즌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BI)와 신규 유니폼 4종을 전격 공개했다.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유니폼을 변경했고, 2007년부터 무려 18년간 쓰던 로고 및 엠블럼까지 싹 바꿨다.
2025년 대전 새 야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 개장을 앞두고 한화는 지난해 7월부터 1년 반 동안 BI 및 유니폼 변경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유명한 박찬혁 전 대표이사가 주도한 프로젝트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치밀하게 준비했다.
1000명의 팬, 300명의 디자이너, 10명의 전문가 그리고 선수단 내부 조사 통해 구단 BI를 분석하면서 방향성을 잡았다. 구단 디자인 파트와 협업할 국내외 디자인 에이전시를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스포츠전문그래픽 디자이너로 명성이 높은 매튜 울프(34·Mattew Wolff)와 손을 잡았다.
울프는 축구팬들의 극찬을 받은 2018년 나이지리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디자인해 ‘비즐리 올해의 디자인상’ 후보에도 올랐던 유명 디자이너. 당시 나이지리아 전통 문양과 밝은 초록색이 조화를 이룬 유니폼으로 2018년 월드컵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울프는 MLB 미네소타 트윈스, NBA LA 클리퍼스, MLS LAFC 등 미국 유명 구단들의 로고 및 유니폼을 디자인하며 호평을 받았다.
울프는 지난 2월, 4월 두 차례나 대전을 직접 찾아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둘러보며 구단과 협업을 펼쳤다. 간결한 영문 서체를 활용해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현했다. 여기에 기존 화이트, 오렌지, 그레이와 함께 네이비 색상을 새로 넣어 한층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2025년 신구장 시대에 발 맞춰 강렬한 리브랜딩으로 기념비적인 변화를 꿈꾼 한화는 차별화된 구단 아이덴티티를 완성했다. 이번 BI의 핵심 슬로건은 ’RIDE THE STORM’으로 폭풍을 뚫고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는 독수리 모습을 형상화해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매년 변경되는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브랜드 슬로건으로 구단의 지향점을 강조했다.
유니폼 로고에도 구단 정체성을 담았다. 홈 유니폼 로고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로고를 계승하되 현대적인 재해석을 가미해 독수리가 사냥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원정 유니폼은 아치형으로 제작해 독수리가 정상에 앉아있는 것을 표현했다. 로고도 독수리의 매서움을 드러냈고, 필기체 폰트가 들어간 엠블럼도 산뜻해졌다. 또한 독수리의 부리, 발톱, 깃털을 모티브로 개발된 전용 서체, 픽토그램, 패턴 등도 새 야구장 곳곳에 적용해 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온라인부터 오프라인까지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신구장을 앞두고 근사한 포장지까지 두른 한화는 이제 그 안에 내용물을 꽉 채우는 일만 남았다. 아무리 멋진 야구장이 있고, 화려한 유니폼을 입어도 이기지 못하면 빛이 바랜다. 승리만큼 강한 브랜딩은 없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 엄상백(4년 78억원), 유격수 심우준(4년 50억원)을 영입하며 총액 128억원을 투자했다. ‘오버페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한화는 투타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들을 빠르게 선점했다. 선발진 뎁스를 더했고, 고정 유격수로 센터 라인을 강화했다. 특A급 FA들은 아니지만 한화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최적의 선수들이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나이가 각각 28~29세인 젊은 선수들로 아직 전성기 구간에 있다는 점이 과거 FA 영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도 한화는 지난달 31일부터 47명의 선수들이 4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채은성과 안치홍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이례적으로 캠프에 참가해서 솔선수범하며 분위기 이끌고 있다. 6월 시즌 중 부임한 김경문 감독도 이번 캠프를 통해 팀 내실을 다지며 선수 개개인의 가능성을 깊게 주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 최근 17년간 가을야구는 단 한 번, 꼴찌만 무려 8번이나 하며 처절한 암흑기를 보낸 한화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흑역사를 청산하고 신구장에서 새 유니폼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박종태 한화 대표이사는 “2025년 창단 40주년을 맞아 신규 BI 및 신축구장 런칭 등 대대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함께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