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2 운전한 꽃범호 ‘직진 리더십’

입력
2024.10.30 07:00


흔들리지 않는 ‘소신의 야구’

선발→불펜 ‘변칙 투입’ 거부

감독 믿음에 선수들 투혼 화답

수많은 위기 속 정규 1위 수성

초보사령탑 3번째 통합우승

타자 이범호는 ‘찬스’에 강했다. KBO리그 통산 최다 만루홈런 기록(17개)을 가진 배경이다. 결정적인 상황에서도 담대하고 크게 긴장하지 않는 성격을 가졌다고 스스로도 이야기 한다.

감독 이범호는 ‘위기’에 강하다. 정규시즌 여러 차례 대형 위기를 겪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KIA의 1위를 수성했다. 감독은 고민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선발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자리에 황동하와 김도현을 붙박이 선발로 둘 때도,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가 크게 부진했던 초반에 교체하지 않기로 할 때도 이범호 감독은 깊게 고민한대신 단호하게 결정했다. 선수 기용에 대해서도 늘 이런 저런 말은 많이 나오지만 이범호 감독은 소신껏 운영한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범호 감독은 한 번 내린 결정을 흔들지 않았다. 깊이, 오래 고민하되 단기전 승부에서 한 번 내린 결정을 바꿔 혼란을 주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기 전 말했던 그대로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운용했다. 이번 가을야구의 모든 팀이 선발을 불펜으로 활용할 때도 “우리 불펜은 약하지 않다”며 이기기 위해 불펜 필승카드로 선발투수를 이동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가을야구 경험이 전무한 젊은 투수들로 가득한 필승계투조를 믿겠다고 한 이범호 감독은 실제로 필승조를 100% 활용해 승리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KIA에는 윤영철, 김도현, 황동하까지 불펜 활용 가능한 선발투수가 3명이나 있었다. 0-1로 뒤진 6회초에 비로 중단돼 서스펜디드게임이 된 1차전을 재개할 때는 그 중 한 명을 활용할 수도 있는 조건이었지만 KIA는 필승계투조로 승부했다. 전상현-곽도규-정해영이 나갔고 역전승했다. “마무리 정해영 외에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는 전상현”이라고 언급했다. 전상현은 결정적이었던 1차전에서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우승으로 가는 문을 열었고, 장현식은 5경기 전부 나가 5이닝 무실점, 곽도규는 KIA가 승리한 4경기에 다 나가 4이닝 무실점, 정해영도 1·2차전과 5차전에 나가 3.1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완벽하게 필승계투조를 앞세워 KIA는 마운드 싸움에서 완승을 거둬 우승했다.

선발 운영도 같았다. KIA는 4차전 선발만 윤영철과 김도현 중 한 명이라 열어놓고 시리즈에 돌입했다. 1·2차전 선발 네일과 양현종은 5·6차전 선발로 정해놨었다. 그러나 1차전이 서스펜디드게임이 되고 22일도 취소돼 하루 더 연기되자 이범호 감독은 미련없이 감독실 벽에 붙은 상황판에 선발투수를 고쳐넣었다. 선발이 부족한 삼성이 1차전 선발 원태인을 4차전에 붙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즉시 네일을 4차전 선발로 이동시켰다.

턱 수술을 한 네일의 준비 과정을 꼼꼼히 지켜본 이범호 감독은 네일의 투구를 믿었고 확신하고 있었다. 상대 에이스와 ‘강 대 강’으로 붙었다. 3차전에 앞서 이범호 감독은 “오늘 결과에 따라 4차전 선발이 바뀔 수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범호 감독은 단호하게 “4차전 선발은 네일이다. 4차전에 던지고 쉬면 7차전에도 나갈 수 있지만 5차전에 던지면 불가하다. 6~7차전까지도 대비는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원태인이 4차전에 나가면 무조건 네일이 선발”이라고 했다. 3차전을 내준 KIA는 예고대로 4차전에서 정면승부했고 승리했다.

이범호 감독은 코치로서 출국한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도 KIA가 강팀이라는 평가를 담백하게 인정했다. 부담 등의 감정을 더하지 않고 “우리는 우승후보라 불릴만한 전력을 갖췄다. 올해 우승해보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현재의 KIA 선수들이 강하다고 믿는 사령탑의 자신감은 KIA 선수들을 실제로 강하게 만들었다. 정규시즌에 때때로 불안감을 드러냈던 젊은 필승계투조는 감독의 믿음 속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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