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31)은 삼성의 2010년대 왕조 시절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삼성은 9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015년 당시 신인급이었던 구자욱은 주장 완장을 달았다. 구자욱은 그 누구보다 한국시리즈 무대를 뛰고 싶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한 경기도 뛸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무릎 부상을 입었고 대타 출전 없이 시리즈를 마감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빠졌고 팀 내에서 가장 잘 치는 구자욱마저 없는 상황에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삼성은 고군분투해봤지만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1승4패로 시리즈를 마감하며 준우승했다.
28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이 끝난 후 구자욱은 다시 한번 눈물을 삼켰다.
2015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준우승의 잔인함은 똑같이 크게 와닿았다. 구자욱은 “그 때도 지금도 똑같은 마음이다”라며 “똑같이 너무 슬프고 분하고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든다. 2등은 잔인한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던 구자욱은 “미안한 마음이 제일 크다.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어줬는데 함께 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서 같이 싸웠어야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더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 많이 보여줬다. 주장으로서 도움이 못 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라며 거듭 미안함을 표했다.
구자욱은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우리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 했다. 중간에 눈에 띄는 선수들도 많이 나왔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이 시간들이 선수들이 생활하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내년에도 당연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겠다. 올해보다 더 잘하는 라이온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거듭 각오를 다졌다.
일단은 무릎 상태를 완전히 회복하는게 중요하다. 구자욱은 “재활 운동도 다 해봤는데 안 될 것 같아서 당분간 깁스를 하고 다녀야할 것 같다”며 “트레이너와도 잘 이야기해서 비시즌 동안 재활에 몰두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