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라팍에서 공이 잘 안 보여요.”
KIA 타이거즈 간판스타 김도영(21)이 뜻밖의 반전고백을 했다. 14일 광주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를 마치고 위와 같이 얘기했다. 한국시리즈 대비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팀들의 포스트시즌도 체크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꺼낸 얘기였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1차전서 실전감각 이슈를 딛고 구자욱과 김영웅의 홈런을 앞세워 LG 트윈스를 10-4로 눌렀다. 김도영은 “경기를 봤는데 확실히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삼성 타자들이 잘 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삼성의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타자친화적구장이다. 몇몇 타자는 라팍에서 공이 잘 보인다고 말한다. 타자로선 중앙 외야 밖의 녹색 바탕의 나무가 시야에 들어오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녹색과 파란색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김도영은 정반대다. “저는 라팍에서 공이 잘 안 보여요. 구장이 (외야담장까지)가까운 건 맞는데 공이 잘 안 보인다. 라팍에서 홈런은 몇 개 나왔지만, 애버리지가 좋지 않을 것이다. 내 기억에 이상하게 공이 잘 안 보이는 경기장 중 하나다”라고 했다.
김도영의 기억은 어느 정도 맞다. 올 시즌 라팍에서 7경기서 29타수 10안타, 타율 0.345에 3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고타율이지만, 올 시즌 김도영의 타율이 0.347이었다. 딱 평균만큼 쳤다는 얘기다. 3개의 홈런도 많은 게 아니다. 대전에선 4홈런, 고척에선 5홈런을 쳤다. 심지어 타점은 전국 9개 구장 중 가장 적다. 김도영이 라팍에서 공도 안 보였고, 성적도 안 좋았다고 기억하는 건 일리 있다.
그러나 홈런과 타점이 많이 안 나왔을 뿐, 라팍에서 약했다고 보긴 어렵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김도영의 올 시즌 라팍 OPS는 1.217로 1.422의 고척돔, 1.361의 대전 다음으로 높다. 라팍에서 타점이 덜 나왔을 뿐, 타격 생산력이 떨어졌던 건 아니다.
그리고 김도영이니까 타율 0.345가 보통의 수치일 뿐, 리그 대다수 타자가 특정구장에서 타율 0.345를 찍었다고 하면 강했다고 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올해 김도영이 맹활약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이 안 보였는데 이 정도의 성적을 냈으면, 공이 잘 보이면 얼마나 더 잘할까. 이래서 정규시즌 MVP 1순위다.
김도영도 “좋은 감을 갖고 있으면 어디에서든 공은 잘 보인다. 사실 첫 시즌(2022년)에는 챔피언스필드에서도 공이 안 보였다. 그런데 올해는 여기서 공이 좀 보였다”라고 했다. 올해 김도영은 광주에서 70경기에 출전, 타율 0.339 16홈런 48타점 OPS 1.010을 기록했다.
삼성 소속이 아닌 선수들은 라팍에서 1년에 경기를 많이 해봐야 6~9차례다. 김도영이 라팍에서 앞으로 경기를 할수록 공이 안 보이는 현상은 줄어들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경우, 김도영의 3~4차전 성적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