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신희재 기자= 정말 이게 최선이었을까. 한국 최고 타자의 퇴장이라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이었다. SSG 랜더스 추신수(42)가 대타 헛스윙 삼진으로 현역 은퇴 경기를 마무리했다.
SSG는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KT 위즈와 접전 끝에 3-4로 패했다. 8회 초까지 3-1로 앞서갔으나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결승 3점 홈런을 내줘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 SSG는 경기 초중반을 완벽하게 주도했다. 1회 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선제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3회 초 최지훈과 정준재의 연속 안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5회에는 2사 후 최지훈과 정준재가 다시 안타를 합작한 뒤, 최정의 역전 적시타로 2-1 우위를 점했다. 최정은 8회 초 솔로포를 터트려 3-1 우위를 가져왔다.
이대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8회 말 180도 뒤집혔다. SSG는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6이닝 1실점)가 호투하고, 노경은이 7회를 공 14개로 삼자범퇴 처리해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8회 비장의 카드로 올라온 김광현이 로하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줘 고개를 떨궜다. 줄곧 우위를 점했던 SSG는 이제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최소 1점을 기록해 동점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9회 SSG는 선두타자 박성한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오태곤이 좌전 안타로 출루해 1사 1루 기회를 만들었다. 동점주자가 나간 승부처에서 SSG는 추신수 대타 기용이라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전날(9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전 대타 출전해 2루 땅볼로 물러난 추신수는 9월 내내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어깨 부상이 심각해 9월 10일 한화 이글스전(4타수 무안타) 이후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키움전도 명예로운 마무리를 위해 나선 인상이 강했다. 범타를 기록한 뒤 이숭용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 홈팬들에게 인사하는 등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팀의 명운이 걸린 시점에 갑작스레 출전한 추신수는 부상을 안고 리그 최정상급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추신수는 박영현의 140km/h 후반대 패스트볼에 두 차례 파울 타구로 밀렸고,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후 SSG는 동점주자 오태곤이 도루와 폭투로 3루까지 이동했지만, 최지훈이 삼진을 당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국 추신수와 SSG 모두 원하지 않았던 허무한 결말을 마주해야만 했다.
2001년 미국으로 떠난 추신수는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겼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 동안 통산 1,652경기 타율 0.275(6,087타수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2021년 SSG와 계약한 뒤에도 3년간 두 자릿수 홈런과 4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유지하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78경기 타율 0.281(253타수 71안타) 5홈런 37타점 40득점 5도루 OPS 0.776을 마크했다. 지난 7월 펠릭스 호세의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한 뒤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득점, 타점, 도루, 사사구 등 각종 최고령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충분히 박수받고 떠날 만한 자격이 있었다.
추신수는 빅리그 시절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를 치러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가 없었던 걸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한국에서는 홈팬들 앞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가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원치 않은 방식으로 현역 은퇴 경기를 치르면서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사진=OSEN, 뉴스1, SSG 랜더스 제공
취재문의 sportal@sportal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