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못하면 코리안시리즈에서 40-40 채울 겁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해석이 흥미롭다. 꿈보다 해몽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달 3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김도영을 두고 위와 같이 말했다. 김도영은 2024시즌 최종전서도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끝내 40-40에 도달하지 못했다. 올 시즌을 38홈런-40도루로 마쳤다.
지난달 23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시즌 38홈런을 쳤으나 최종전 포함 마지막 5경기서 끝내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40-40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천하의 김도영이라도 40-40이 절대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이범호 감독은 KIA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뒤 김도영을 3번에서 리드오프로 이동, 전진배치했다. 타석 수를 최대한 늘려 홈런을 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역시 홈런은 치고 싶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도영은 최종전 포함 홈런을 치지 못한 마지막 5경기서도 1~2안타를 꾸준히 적립했다. 이날 최종전 결승타를 만들어낸 2회에도 중전적시타였다. 타격 자세 자체가 중앙으로 강하고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 수 있게 정립된 상태다. 아주 좋은 타격 자세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평가다.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 46홈런)에 이어 올해 KBO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친 이 타자는 홈런에 특화된 타격 자세를 갖고 있지 않다. 강한 몸통회전으로 강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데 적합하다. 홈런을 많이 치려면 타격포인트가 앞에서 형성돼야 한다. 우타자가 앞에서 일찍 돌리면 좌측으로 강한 타구가 많이 나오되, 삼진도 많지만, 김도영은 그렇지 않다. 워낙 운동능력이 좋아 잘 맞는 타구가 많았고, 너무 잘 맞는 경우에 담장을 넘어갔다.
이런 특성이 결국 극단적으로 홈런생산이 필요한 시즌 막판엔 독(?)이 됐다. 그러나 고졸 3년차, 풀타임 첫 시즌의 김도영이 3할4푼대 고타율에 38홈런과 40도루를 동시에 해낸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3-30-30-100-100도 2000년 박재홍, 2015년 에릭 테임즈만 해낸, 아주 특별한 대기록이다.
이범호 감독도 경기 전 “이젠 하늘에 맡겨야 한다. 지금까지 달려온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적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다. 못 치면 코리안시리즈에서 40-40을 채울 겁니다”라고 했다.
꿈보다 해몽이다. 김도영은 이제 21일로 예정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준비한다.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2개를 추가해 비공식(?) 40-40에 성공하면, 그만큼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할 수 있다. 정규시즌처럼 한국시리즈서 어김없이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가동해 KIA의 통합우승을 완성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KIA 팬이 염원하는 모습이다.
김도영은 이범호 감독의 해석에 “한국시리즈서 홈런을 치면 되게 기분은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의식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시리즈에 가서는 팀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주어진 위치에서 내가 나갈 수 있을 때 나가고 팀 배팅 해야 될 때 팀 배팅하고. 정규시즌 기록에 개의치 않고 그냥 시리즈는 시리즈라고 생각하고 그냥 시즌 전처럼 생각하고 할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