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5월에 쓰러지셨거든요"…'역전 만루포' 캡틴, 설움과 울분 담긴 포효였다

입력
2024.07.04 08:45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사실 아버지가 5월에 쓰러지셔서 지금도 병원에 계시는데, 그런 일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기분 자체가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캡틴 양석환(33)은 올해 여러모로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중심타자이자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컸는데, 지난 5월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면서 스스로 중심이 흔들렸다. 프로답게 라커룸과 그라운드에서 티를 내지 말자고 다짐해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타격 페이스까지 떨어지면서 양석환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양석환은 전반기를 되돌아보며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도 있었고, 팀도 안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을 하면서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야구선수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말해야 하니까.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런데 워낙 주변에서 형들이나 감독님,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팀은 그래도 잘한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다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양석환은 "사실 아버지가 5월에 쓰러지셔서 지금도 병원에 계신다. 그런 일까지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기분 자체가 올라오지 않더라.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또 밝은 척을 하는 것도 어느 순간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한동안 솔직히 야구장에서 좀 어두웠던 것 같다. 진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 있어서 감독님과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양석환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두산과 4+2년 총액 78억원에 계약하면서 올해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양석환은 4년 뒤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겠다는, 선수로서 당연하고 솔직한 욕심을 숨기지 않으며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2020년 LG 트윈스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 이적한 지 4년 만에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리더로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홈런 페이스는 양석환다웠다. 전반기에만 19개를 치면서 팀 내 1위, 리그 6위에 올랐다. 타점은 63개로 팀 내 2위에 올랐다. 다만 타율이 0.252(314타수 79안타)로 떨어져 있다 보니 타석에서 고개 숙이는 날이 더 많았다.

양석환은 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그동안의 울분을 날리는 활약을 펼쳤다. 6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1홈런)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13-8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0-6으로 뒤진 2회말 양석환이 두산의 반격을 알렸다. 2사 후 양석환이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날리고, 강승호가 좌전 적시타를 때려 1-6으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 양석환이 역전 만루포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3-6으로 뒤진 5회말에는 역전 만루 홈런을 날렸다. 무사 만루에서 김재환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양석환에게 해결사의 임무가 넘어온 상황이었다. 양석환은 롯데 투수 김상수에게 좌월 만루 홈런을 때려 7-6으로 뒤집었다. 볼카운트 2-2에서 김상수의 몸쪽 높은 시속 147㎞짜리 직구를 받아쳐 시즌 19호포로 연결했다. 개인 통산 7번째 만루포였다.

양석환은 "무사 만루에서 1사 만루가 돼서 내 차례가 됐는데, 사실 그런 타석이 타자들이 제일 부담을 느끼는 타석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조금 더 콘택트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오면서 진짜 나한테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석환은 만루 홈런을 친 뒤 평소보다 훨씬 크게 더그아웃을 보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좀 많이 침체됐던 것도 사실이고, 오늘(3일) 워낙 중요한 경기였는데 분위기를 그래도 조금 갖고 왔다는 생각에 액션을 크게 일부러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석환은 7-7로 맞선 7회말 무사 만루 기회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리면서 다시 한번 8-7 리드를 안겼다. 불펜 방화로 날릴 뻔한 결승타를 장식한 순간이었다. 두산은 이후 9-8로 앞선 8회말 양의지의 쐐기 만루 홈런에 힘입어 13-8로 승리할 수 있었다. 양석환과 양의지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잠실에서 한 경기에 만루 홈런 2개를 쏘아 올린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양석환은 "최초 기록은 언제 해도 기분 좋다. 그 기록이 팀에 정말 중요한 하루에 나왔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양)의지 형과 함께 이름을 남길 수 있어 기분 좋다"고 했다.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양석환은 이날 활약을 발판으로 후반기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 갈 수 있길 바랐다. 처음 주장을 맡아 느꼈던 부담감도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했다.

양석환은 "돌이켜보니 (주장을 맡았다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더라. 예를 들면, 그라운드에서 나온 결과 외에 많은 것들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걸 알면서도 또 외면할 수가 없더라. 주장으로서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복합적으로 스스로 빠져들고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 영역 밖의 일인데 주장을 처음 하다 보니 그런 것까지 내 힘을 쏟고 있더라. 지금은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생각을 바꾸고 있다. 주장이 아니었어도 힘들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주장이라 더 책임감을 느끼고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후반기에는 지난 3년 동안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던 양석환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는 "후반기는 더 분위기 싸움도 중요하고, 순위 싸움도 중요할 것 같아서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액션도 많이 취하고 파이팅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전반기에 2할5푼만 치고 마무리하자고 생각했다. 전반기를 좋게 마무리하는 게 후반기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영수 타격코치님께서 워낙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 인터뷰를 몇 번 하진 않았지만, 할 때마다 '아직 경기 많이 남았다. 남은 경기 잘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 말만 하다가 전반기가 끝났다. 그래서 그런 말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후반기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 베어스 양석환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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