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 9사사구, 5연속 밀어내기··· ‘천만 관중’ 노리는 KBO 리그, 한편에선 볼넷 홍수의 시대

입력
2024.06.27 13:58
수정
2024.06.27 13:58


키움은 26일 고척 NC전, 9회초 1이닝 동안 9사사구를 허용했다. 종전 1이닝 최다 사사구 기록 8개를 넘어 불명예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10-0으로 시작한 경기가 10-7로 끝났다. 경기는 이겼지만 키움 코치진과 선수 누구도 활짝 웃지 못했다.

2024시즌, 볼넷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월 3일 SSG는 인천에서 NC를 상대로 5연속 밀어내기를 포함해 밀어내기로만 6실점을 했다. 그전까지 없었던 초유의 기록. 지난 22일에는 반대로 NC가 SSG를 상대로 같은 장소에서 밀어내기로 6실점을 했다. 그전까지 없었던 밀어내기 불명예 기록이 한 달 보름 만에 연달아 나온 셈이다.

몇몇 경기의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올 시즌 KBO 10개 구단은 390경기에서 2986볼넷을 기록했다. 경기당 7.66개 꼴로 2021년 8.18개 이후 최다 페이스다. 2021년은 좁은 스트라이크존 탓에 볼넷이 쏟아지고 있다며 논란이 됐던 시즌이다.

투수 부상자명단 벌써 52차례··· 1군 오르는 어린 투수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올 시즌 KBO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를 도입하면서, 홈플레이트 양편으로 존을 확대했다. 높은 존은 좌우 코스보다도 존이 더 후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치지 못할 공까지 스트라이크로 잡아준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런데도 볼넷이 크게 늘었다.

일단은 타고투저 영향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예년보다 홈런이 늘면서 투수들의 피칭은 보다 조심스러워졌다. 이른바 ‘OPS형 히터’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과거보다 출루를 신경 쓰는 타자들도 늘었다. ABS 도입으로 타자들뿐 아니라 투수들까지 아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따지면 선수층의 문제다. 26일 고척 경기를 중계한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투수 중 몇 명만 부상으로 빠져도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선수들을 올려야 하는 현실”이라며 “메커니즘을 갖추지 못한 투수들이 1군 실전에서 공을 던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리그 전체 볼넷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유독 투수 부상이 많다. 이날까지 10개 구단 투수가 부상자명단에 오른 게 벌써 52차례다. 이제 시즌 54%를 지났는데, 지난 시즌 72차례와 차이가 크지 않다. 부상 이탈이 많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부랴부랴 1군에 올라와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날까지 KBO 전체 투구 이닝이 6933이닝인데 만 20세 이하 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이 650.1이닝으로 9.38%에 달한다. 최근 5년간 가장 비중이 크다. 2022년의 경우 시즌 전체를 통틀어 20세 이하 투수들이 소화한 이닝은 555.2이닝에 그쳤다. 지난 시즌도 733.1이닝밖에 되지 않았다.



시간 줄이려는 피치 클록, 볼넷 더 늘면 어쩌나


어린 투수들이 구속에 비해 제구가 아쉽다는 말은 수년 째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20세 이하 투수들의 9이닝당 볼넷 허용(BB/9)은 평균 5.33개다. 리그 전체 3.88개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정민철 MB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내가 던지고 싶은 데로 공을 던지려면 내 몸을 먼저 컨트롤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밸런스부터 잡아야 한다는 건데, 류현진이나 유희관, 과거 손민한이나 송진우 같은 타고 난 선수들이 아닌 이상 밸런스는 부단한 훈련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은 훈련량의 부족이 아니냐는 것이다. 선수 혹사, 학업 병행 등 오랜 논란들을 차치하고 훈련량만 따진다면 지금 시대 학생 야구 선수들의 훈련량은 과거 선수들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가 불안정한 밸런스와 제구 난조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스트라이크존을 재조정한 2021시즌 이후 이번 시즌까지 경기당 볼넷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피치 클록 우려까지 나온다. 지금 논의 중인 피치 클록이 내년 시즌 전격 도입되면 볼넷 남발이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KBO 한 감독은 “경험 많은 베테랑들은 그래도 괜찮다. 어린 투수들이 문제다. 한 번씩 숨돌릴 여유가 필요한 선수들이 많은데, 피치 클록은 시간 넘기면 볼을 줘버리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우려했다. 피치 클록에 쫓기다 보면 그러잖아도 불안한 제구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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