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이 아니다…문 사로잡은 묵의 ‘끼’

입력
2024.06.11 08:57
수정
2024.06.11 08:57


취임하며 ‘베테랑 중용’ 천명했지만

공수 완벽한 신인 황영묵만큼은 예외

“저렇게 잘 치면 1번 타자가 되는 것”

좌투수 때도 선발서 안 빼며 굳은 믿음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 3일 취임하며 “앞으로 젊은 선수보다 나이가 더 있는 선수를 기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을 당장 ‘가을야구’로 이끌어야 하는 만큼, 프로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를 우선 기용하겠다는 메시지다. 물론 베테랑 선수로만 라인업을 채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젊은 선수가 많은 팀 특성상 그럴 수도 없다. 분명한 건 젊은 선수들이 ‘성장 가능성’만으로 기회를 잡긴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김 감독의 눈에 든 젊은 선수가 있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신인’ 황영묵(25)이다. 황영묵은 1루 제외 내야 전 위치 수비가 가능한 유틸리티 자원으로, 기본적으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전체 1순위 황준서와 함께 1군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수비뿐 아니라 콘택트 능력도 준수해서 최원호 전 감독 시절부터 유격수나 2루수로 중용됐다. 유격수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공백을 이도윤과 함께 잘 메웠다.

김 감독의 지휘로 치른 첫 경기인 4일 수원 KT전에서 황영묵은 선발 제외됐다. 유격수엔 이도윤, 2루수엔 안치홍이 먼저 기용됐다. 베테랑의 역할을 강조한 라인업이기도 하고,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 웨스 벤자민이었던 점도 고려됐다. 좌타자인 황영묵은 이날 경기 전까지 좌투수 상대로 20타수 2안타(0.100)밖에 치지 못했다. 우투수(0.321)나 언더투수(0.538)의 공은 잘 치는데, 유독 좌투수에게 약했다.

황영묵은 다음 날인 5일 KT전에서 1번 타자 2루수로 전진 배치됐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김 감독의 실험적인 라인업 중 하나였다. 존재감을 보일 절호의 기회를 잡은 황영묵은 6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빠른 발을 가진 선수를 선호하는 김 감독 앞에서 도루까지 성공시켰고,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황영묵의 활약에 대해 “팀이 1번 타자를 찾고 있는데, 저렇게 잘 치면 1번 타자가 되는 것”이라며 “선수는 시합에 나가서 자기가 가진 끼를 발산해야 한다. 수비 잘했고, 방망이도 잘 쳤다. 주루도 잘해줬다. 그런 면에서 끼를 굉장히 많이 가진 것 같다”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이후 4경기 중 3경기에 황영묵을 1번 타자 2루수로 기용했다.

황영묵에겐 지난 9일 대전 NC전이 중요했다. 김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 카일 하트인데도 황영묵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지 않았다. 황영묵은 1회말 첫 타석에서 내야 안타,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적시타, 6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치는 등 하트를 상대로 3안타를 쳤다. 김 감독은 앞서 취임식에서 “믿음이 생긴 선수에겐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도 했다.

김 감독과 황영묵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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