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서의 꿈, “제가 던지는 날, 팬분들 웃는 날 되도록”

입력
2024.05.17 06:00


황준서(19·한화)는 스포츠경향이 창간한 2005년에 태어난 열아홉 살 고졸 신인 선수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드래프트에서 가장 빨리 호명된 만큼 팬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일단 별명부터 남다르다.

황준서는 지난 3월31일 대전 KT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의 14-3 완승을 이끌었다. 패기 넘치는 신인이 무려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냈다. 고졸 신인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사례는 황준서 이전까지 9번밖에 없었다. 한화에선 류현진(2006년) 이후 18년 만에 선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루키가 나왔다.

류현진처럼 왼손 투수인 황준서는 당일 경기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리틀 몬스터’란 별명 어떠냐는 물음에 “그게 좋을 것 같다”고 방끗 웃었다. 황준서가 프로 선수로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처음부터 ‘1순위’ 선수는 없다


아버지와 캐치볼 하는 것을 좋아하던 황준서는 초등학교 4학년 여름쯤 야구를 시작했다. 장충고 1학년 중반까진 투·타를 겸업했다. 양쪽 다 욕심났지만, 현실적으로 한 가지를 택해야 할 때가 왔다. 황준서는 “공을 던지는 게 더 재밌기도 하고, 이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투수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준서는 전업 투수로 뛰기 시작한 고교 2학년 시절부터 장충고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처음부터 야구를 잘했던 게 아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쯤부터 기량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며 “어릴 때부터 잘했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프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슬슬 프로 구단의 관심을 받는 위치까지 올라선 뒤론 드래프트 순번에 조금씩 욕심을 냈다. 황준서는 “실력이 점점 올라가다 보니까 라운드 욕심도 생겼다. 좀 높은 순번으로 지명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황준서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속 150㎞짜리 빠른 공을 던질 줄 알고, 확실한 결정구 포크볼을 지녔다. 상대적으로 좌완 뎁스가 빈약했던 한화는 고민 없이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황준서를 지명했다

그는 “애초 목표는 3라운드 내 지명이었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리틀 몬스터’의 성장기


꿈에 그리던 프로 구단, 그것도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황준서는 자신의 가치를 빠르게 증명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구단이 황준서를 지명한 순간부터 새 시즌 선발 투수 후보 중 한 명으로 염두에 뒀다. 만약 류현진이 복귀하지 않았다면 황준서는 2024시즌 한화의 5선발로 뛸 가능성이 매우 컸다.

실제로 그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선발진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김민우와 막판까지 경쟁했다. 결국 로테이션에선 빠졌지만, 이미 두 자릿수 승리를 찍어본 투수와 끝까지 경쟁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보였다. 2군에서 데뷔 시즌을 시작한 황준서에게 얼마 뒤 기회가 찾아왔다.

담 증세를 느낀 김민우의 대체 선발로 1군 데뷔전을 치르게 된 황준서는 앞서 언급한 KT전에서 ‘준비된 신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동안 1군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했고,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된 김민우 대신 선발진에 합류했다.

그러나 황준서는 정식 선발 요원이 된 뒤론 약간 주춤하고 있다. 20일 대전 삼성전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를 하고도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고, 그 후 3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조기에 강판당했다.

황준서는 “일단 5회까지 던지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며 “3, 4회가 넘어가면 힘이 조금 부치는 것 같아 그 부분이 힘들다”고 말했다. 해법을 묻는 물음엔 “많이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마른 체구를 키워 체력을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류현진 선배님처럼 꾸준하게”


황준서는 신인왕엔 큰 욕심이 없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과 대결하고, 경쟁하는 것 자체가 재밌다. 최근 몇 경기 부진했지만,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털어내려는 편이다.

그래야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믿는다. 황준서는 “프로 생활을 길게 보고 있어서 지금은 모든 게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러면서 “류현진 선배님이나 추신수 선배님처럼 길게, 꾸준히, 오래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마음가짐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다짐한다.

황준서는 미래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19살 때 마음을 잊지 말고, 항상 간절하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가 던지는 날엔 팬들이 웃으면서 야구장을 떠날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한화엔 참 듬직한 열아홉 살 신인 투수가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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