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수 있는 볼이어야지"…'ABS 대표적 찬성파' 염경엽 감독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이유 [MD잠실]

입력
2024.05.05 17:56
수정
2024.05.05 17:56


2024년 4월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타자들 불만의 거의 99%가 하이볼이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6차전 '잠실 라이벌' 맞대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의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KBO는 올 시즌부터 ABS를 도입했다. 지난해 KBO리그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 판정 정확도는 91.3%. KBO는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되는 것을 경기당 약 7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공을 7.4개로 파악했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판정 정확도가 92.5%라는 점을 감안하면, KBO리그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양 팀이 100%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전 세계 최초로 ABS를 도입했다.

야구 팬들은 그동안 수많은 의문을 낳게 만들었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야구 경기를 관람 및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ABS 도입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BS에 대해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뉜다. 아직은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시기상조'라는 것과 공정성의 측면에서는 '대환영'이라는 것. 염경엽 감독의 경우 ABS 도입의 대표적인 '찬성파'에 속한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발생했던 ABS 오심 및 은폐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도 "해당 경기는 ABS 문제가 아니지 않나. 결국 심판들의 판단 문제였다. 심판들이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면 상관이 없는데, 다르게 해석을 하려다가 문제가 커졌다"며 "ABS 자체는 형평성과 공정함에서 심판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년 만에 시스템이 완벽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봐야 한다. 기계가 미스가 났을 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만 채워진다면, 더 좋은 시스템이 될 것 같다"고 ABS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2024년 5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홍창기가 4회말 2사 1.2루서 삼진을 당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T-LG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마이데일리




그런데 ABS의 대표적인 찬성파에 속하는 염경엽 감독이 이례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KBO는 10개 구단의 모든 구장에서 동일한 규격의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선수들을 비롯해 각 팀의 코칭스태프들은 각 구장마다 ABS 판정이 조금씩 다르다는 입장이다. 잠실구장의 경우 유독 좌타자 몸쪽 코스에 유독 판정이 후하다는 것이다. 사령탑은 '양 팀이 모두 좌타자 몸쪽에만 던지려고 하는 느낌이더라'라는 말에 "있죠"라며 "다른 구장에 비해 잠실구장이 좌타자 몸쪽을 후하게 잡아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염경엽 감독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대한 볼에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령탑은 "구장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과도기라고 봐야 한다"며 "전체적인 존(Zone)도 전반기가 끝난 뒤 감독자 회의를 통해서 상의를 해야겠지만, 하이볼(High ball)은 조금씩 낮춰야 될 것 같다. 지금 타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하이볼이다. 약간 치기 힘든 볼이 스트라이크가 되고 있다. 칠 수 있는 볼이 스트라이크가 돼야 하지 않나"라고 소신을 밝혔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 선수들도 많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도 조금씩 예민해지고 있다. 특히 KT 위즈 황재균의 경우 ABS 판정에 화가 나 헬멧을 던진 까닭에 역대 최초로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일단 염경엽 감독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의 경우 볼 반개 정도를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령탑은 "추후 볼을 반개 정도 낮추면서 조정을 하면 내년에는 거의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칠 수 없는 볼이 현재 스트라이크가 되고 있다. 타자들 불만의 거의 99%"라고 말했다.



2024년 4월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이 미소짓고 있다./마이데일리




염경엽 감독은 "사이드는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들은 칠 수 있는 볼이 아닌가. 하이볼의 경우 타자가 치기 힘든 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우리나라에는 높은 코스에 정확하게 제구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팀이 1~2명에 불과하다. 만약 일본이었다고 한다면 투고타저 현상이 확실해질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의도해서 던지는 것보다는 던지다 보니 높은 코스로 볼이 가는 것이다. 높은 코스를 의식해서 던지면 볼넷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O가 앞세운 공정성의 측면에서 ABS는 분명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넓은 높은 코스의 볼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과연 ABS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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