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이 6년 만에 잠시 떠날 위기… 허무하게 빈 그 자리, 어린 선수들이 가능성 밝힐까

입력
2024.04.18 11:40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뒤 최근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고명준은 최정 부재기에 기대를 걸 만한 대표적인 젊은 자원이다 ⓒSSG랜더스 최정을 대신해 17일 경기에 투입된 박지환은 2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최정(37·SSG)은 KBO리그 통산 330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는 이미 역대 1위 기록으로 올라선 지 꽤 됐고,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를 통틀어 살펴봐도 이렇게 많이 맞은 선수는 없다. 기네스북에 올라가도 될 판이다.

최정은 용감한 선수다. 330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타격 위치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공포와 싸우면서도 이를 이겨냈다. 하지만 얻는 이득이 있는 만큼, 몸도 성할 날이 없었다. 멍이 빠질 만하면, 또 공에 맞아 멍이 들었다. 그런데도 330개의 몸에 맞는 공에 비하면 지금까지 이를 통해 아주 큰 부상을 당한 적은 그렇게 많지 않다. 민감한 부위에 맞았을 때도, 하루 이틀이면 털고 일어나곤 했다. 최정을 지금의 위치로 올려둔 건, 타고난 정신력과 성실함이었다.

그런데 그런 최정이 이번에는 길게 결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까지 단 1개를 남겨두고 있는 최정은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 선발 3번 3루수로 출전했으나 1회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한 뒤 경기에서 빠졌다. KIA 선발 윌 크로우의 2구째 시속 150㎞짜리 투심패스트볼이 옆구리를 강타했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한 최정은 서둘러 병원 검진을 받아야 했다.

X-레이와 CT 촬영을 모두 끝낸 가운데 첫 진단은 갈비뼈의 미세골절이다. 18일 재검을 통해 더 정확한 부상 정도가 밝혀지겠지만, 평소의 최정처럼 며칠 쉰 뒤 불사조처럼 다시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정은 그렇게 몸에 많이 맞으면서도 근래 들어 꾸준하게 출장 경기 수를 유지했다. 2019년은 141경기, 2020년은 133경기, 2021년은 134경기, 2022년은 121경기, 2023년은 128경기에 나갔다. 근래 들어 가장 장기간 결장한 건 2018년 7월의 일이다. 당시도 몸에 맞는 공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주루 플레이를 하다 허벅지를 다쳐 3~4주 정도 결장한 기억이 있다. 즉, SSG는 최정이 오랜 기간 빠지는 경험을 6년 만에 다시 한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잘 맞고 있던 시기에 찾아온 부상이라 더 야속하다. 최정은 시즌 20경기에서 타율 0.292, 9홈런, 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78을 기록하며 리그 최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기록 중이었다. 누구 한 명이 최정의 몫을 오롯이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백업 내야 자원이 확고하지 않은 SSG라면 더 그렇다. 베테랑 선수들은 외야에 몰려 있어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결국 젊은 선수들이 뭔가를 더 거들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살 수 있다.

다행히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선수들에 위안을 삼는다. 올해 주전 1루수로 발돋움한 고명준(22)이 하나의 기대주다. 스프링캠프부터 타격 상승세가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던 고명준은 시즌 20경기에서 타율 0.284, 3홈런, 10타점, OPS 0.762를 기록 중이다. 장타력에 비해 출루율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들어 공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팀 내에서 최정 한유섬과 더불어 장타감이 가장 좋은 선수였다. 최근 10경기 타율도 0.351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고명준은 타격 포인트가 앞으로 오면서 자신의 힘을 십분 발휘하는 타격을 하고 있다 ⓒSSG랜더스 박지환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끔 준비해왔고 최정 부재기에 활용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SG랜더스

시즌 초반 고전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고명준은 포기하지 않고 실마리를 찾아냈다. 4월 13일 kt전에서 5타수 5안타를 기록했던 경기가 전환점이었다. 고명준은 "당시 경기에서는 그냥 맞히는 대로 안타가 됐다. 그러다보니 그 뒤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면서 "타이밍이 뒤에서 맞았는데 조금씩 앞으로 오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인천 KIA전에서 때린 홈런의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9.4㎞(트랙맨 기준)에 이를 정도였다. 확실히 힘은 타고 났다. 지명 당시까지만 해도 '제2의 최정' 후보이기도 했다. 3루에서도 공을 예쁘게 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지금은 1루에서 경쟁하지만 장기적인 3루 후보이기도 하다.

이숭용 SSG 감독도 17일 경기를 앞두고 "명준이는 떨어지는 변화구에 스윙이 나오더라도 포인트를 조금 앞에 두라고 이야기를 했다. 내가 봤을 때는 (홈런) 20~30개는 넘길 수 있는데 자꾸 소극적으로 공을 너무 뒤에다 놓고 치는 것 같았다"면서 "본인이 그걸 인지하고 조금씩 앞으로 가더라. 5안타 경기가 본인에게는 자신감으로 온 것 같다. 수비도 조금씩 안정감을 찾고 있고 공격에서도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 타석에서 하는 행동이나 본인이 생각하는 것 또한 보기와는 또 많이 다르다"면서 당분간 계속해서 기회를 줄 뜻을 드러냈다.

1회 최정을 대신해 대주자로 들어간 팀 1라운더 고졸 신인 박지환(19)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4월 16일 다시 1군으로 올라온 박지환은 이날 2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의 맹활약을 하며 3-11의 참패, 최정의 부상이라는 허무한 하루 속에서 한가닥 위안을 제공했다. 1군 경험이 한 타석밖에 없는 선수가 공을 침착하게 잘 고르고 기어이 안타와 타점까지 만들어내는 장면은 SSG와 리그 관계자들의 판단대로 이 선수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고 있었다.

이 감독도 박지환의 3루 기용 가능성을 캠프 당시부터 폭넓게 고려한 바 있다. 대만 캠프 연습경기 당시 박지환을 일부러 3루에 투입해 움직임을 유심히 보기도 했다. 공격에서 재주가 있고 발도 빨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최정이 빠진 자리에 올라올 선수도 비교적 젊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활약상이 관심거리가 됐다. 현시점에서는 최정이 빨리 돌아오고, 복귀까지의 공백기를 어린 선수들이 메워주며 가능성까지 찾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SSG는 너무 많은 것을 잃는다.<저작권자 Copyright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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